"속 쓰림 잦다면 '헬리코박터균'부터 확인"

10년 새 관련 진료 인원 3.3배 증가…감염률은 감소세에도 여전히 높은 수준

건국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이선영 교수

속 쓰림이나 식후 더부룩함이 반복된다면 단순한 소화불량으로 넘기기보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Helicobacter pylori) 감염 여부를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헬리코박터균은 위 점막에 만성적인 염증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위장관 감염균으로, 세계보건기구(WHO)가 위암의 1군 발암요인으로 규정하고 있다. 감염이 지속될 경우 위염과 위궤양, 십이지장궤양을 거쳐 위암 발생 위험까지 높일 수 있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는 강한 위산이 존재하는 위 내부에서도 생존할 수 있는 나선형 세균이다. 감염 초기에는 특별한 증상이 없는 경우도 많지만, 일부에서는 속 쓰림이나 복부 불편감, 소화불량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특히 헬리코박터균 감염은 위 점막에 만성 염증을 유발하고 위축성 위염과 장상피화생 등 위암으로 이어질 수 있는 병변의 발생과 관련이 있다. 감염자는 비감염자에 비해 위암 발생 위험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어, 감염 여부를 정확하게 확인하고 필요한 경우 제균 치료를 시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내 헬리코박터균 감염률은 과거보다 감소하고 있지만 여전히 상당수의 성인이 감염된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2016~2017년 국내 10개 대학병원과 건강검진센터에서 1만6885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다기관 연구에서는 43.9%에서 헬리코박터균 항체 양성이 확인됐다. 1998년 66.9%, 2011년 54.4%와 비교하면 지속적인 감소세지만, 국내에서 여전히 흔한 감염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반면 헬리코박터균 관련 진료 수요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헬리코박터균 관련 진료 인원은 2014년 약 2만2000명에서 2024년 약 7만3000명으로 10년 사이 약 3.3배 증가했다.

헬리코박터균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방법은 크게 비침습적 검사와 침습적 검사로 나뉜다.

혈액을 이용한 항체검사와 대변항원검사, 요소호기검사 등은 내시경을 시행하지 않고도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대표적인 비침습적 검사다. 반면 위내시경을 시행하면서 위 점막 조직을 채취해 균을 확인하는 조직검사 등은 침습적인 검사에 해당한다.

문제는 검사 방법에 따라 결과가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건국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이선영 교수는 헬리코박터균 검사를 받은 872명을 분석해 조직검사와 혈청검사 결과가 일치하지 않는 사례를 확인했다. 전체의 18.1%에서 두 검사 결과가 서로 다른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 가운데 145명은 조직검사에서는 균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혈청검사에서는 양성으로 확인됐다.

헬리코박터균이 위 점막 전체에 균일하게 분포하지 않는 특성 때문이다. 따라서 한 가지 검사만으로 감염 여부를 판단할 경우 실제 감염 상태와 검사 결과가 다르게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이 교수는 "헬리코박터균은 위 점막에 고르게 분포하지 않기 때문에 단일 검사만으로는 감별에 한계가 있다"며 "비침습적인 요소호기검사나 대변 검사를 병행하는 것이 진단 정확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헬리코박터균이 확인되면 항생제와 위산 억제제 등을 함께 사용하는 제균 치료를 시행할 수 있다. 제균에 성공하면 헬리코박터균에 의해 발생하는 위궤양의 재발 위험을 낮출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 위암 발생 위험을 낮추는 데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제균 치료는 환자의 상태와 과거 항생제 사용력, 지역별 항생제 내성 등을 고려해 치료법을 선택해야 한다. 치료를 받았다면 제균 여부를 다시 확인하는 과정도 중요하다.

헬리코박터균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위생 관리도 필요하다. 감염은 주로 구강-구강 또는 구강-분변 경로 등을 통해 전파될 수 있으며 오염된 물이나 음식 등을 통한 감염 가능성도 있다. 손 씻기 등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고, 음식이나 식기를 함께 사용하는 생활습관에도 주의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헬리코박터균 감염은 증상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속 쓰림이나 소화불량이 반복되거나 위궤양 등의 병력이 있다면 의료진과 상담해 적절한 검사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편, 이선영 교수는 헬리코박터균 감염과 제균 치료에 관한 연구를 지난 20년간 지속적으로 수행해 왔으며, 관련 연구 성과를 인정받아 국제학술지 Helicobacter의 한국인 편집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소화기내시경 분야에서도 임상 경험을 축적하며 헬리코박터균의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위한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김아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