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 관리의 중심축이 변하고 있다. 과거 중·장년층 질환으로 인식됐던 고혈압이 이제는 30대 젊은층에서도 주요 건강 문제로 떠오르면서, 조기 발견과 예방 중심 관리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한국임상고혈압학회(회장 이혁)는 최근 청년층, 특히 30대 남성 1인 가구를 고혈압 관리의 핵심 사각지대로 지목하고 맞춤형 관리 전략 마련에 나섰다. 여기에 가정혈압 활성화, AI 기반 심혈관 위험 예측, 대국민 교육 확대 등을 통해 고혈압 관리 패러다임을 '치료 중심'에서 '예방·관리 중심'으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이다.
이혁 회장은 인터뷰에서 "고혈압은 더 이상 나이가 들어 생기는 질환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젊을 때부터 혈압을 관리하는 문화가 정착돼야 심뇌혈관질환으로 이어지는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학회가 가장 주목하는 대상은 30대 남성 1인 가구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청년 고혈압 환자 현황 및 영향 요인 보고서'에 따르면 30대 1인 가구의 고혈압 유병률은 인구 1000명당 39.4명으로 나타났다. 특히 남성 1인 가구는 33.3명으로, 다인 가구 남성(24.6명)보다 높은 수준을 보였다.
이 회장은 이 같은 현상의 원인으로 생활습관과 사회적 환경을 꼽았다.
그는 "혼자 생활하는 젊은층은 불규칙한 식사, 배달음식 섭취, 과도한 음주 등에 상대적으로 쉽게 노출된다"며 "무엇보다 건강 상태를 함께 점검해 줄 가족이나 동거인이 없다는 점이 관리 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젊은 고혈압 환자들은 증상이 없다는 이유로 진단과 치료를 미루는 경우가 많다.
고혈압은 흔히 '침묵의 살인자'로 불릴 만큼 자각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지만, 조절되지 않은 상태가 지속되면 혈관 손상을 일으켜 뇌졸중, 심근경색, 신장질환 등 심각한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회장은 "젊다는 이유로 혈압 관리를 뒤로 미루는 것이 가장 위험하다"며 "건강검진에서 고혈압이 발견된 젊은 환자들이 적극적으로 치료와 관리에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가정혈압부터 AI까지…고혈압 관리 방식 바꾼다
학회는 청년층 고혈압 관리 강화를 위해 가정혈압 측정 문화 확산에 힘을 쏟고 있다. 병원에서 한 번 측정하는 혈압보다 일상생활 속 혈압 변화를 지속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정확한 관리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고혈압 환자가 스스로 혈압을 측정하고 자신의 상태를 이해하는 것이 치료의 출발점"이라며 "회원 의료기관을 통해 교육 자료와 콘텐츠를 제공하고, 젊은 환자들이 자연스럽게 가정혈압을 실천하도록 돕겠다"고 밝혔다.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도 향후 고혈압 관리의 중요한 축으로 제시했다. 최근 의료현장에서는 AI를 활용한 심초음파·혈관초음파 분석, 심혈관 위험도 예측 프로그램 등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이 회장은 "AI는 의료진의 경험에 따른 편차를 줄이고, 일차의료 현장에서도 환자의 심혈관 위험도를 보다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며 "가정혈압계, 웨어러블 기기와 AI 분석 기술이 결합하면 환자의 위험 신호를 조기에 발견하는 예방 의료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염분 줄이기 캠페인부터 국민 교육까지
한국임상고혈압학회는 생활습관 개선을 위한 대국민 캠페인도 지속하고 있다. 대표적인 활동이 '염분 섭취 줄이기' 캠페인이다.
질병관리청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의 하루 평균 나트륨 섭취량은 2023년 기준 3136mg으로, 2011년 4789mg 대비 감소했지만 여전히 세계보건기구(WHO) 권고 기준인 2000mg보다 높은 수준이다.
이 회장은 "나트륨 섭취는 줄고 있지만 아직 충분하지 않다"며 "특히 1인 가구와 젊은층은 식습관 관리가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학회는 의료진을 위한 진료 지침서인 '고혈압 시놉시스30'에 이어 국민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고혈압 건강도서 발간도 준비하고 있다.
그는 "고혈압은 의료진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 스스로 관리해야 하는 질환"이라며 "누구나 쉽게 읽고 혈압 관리의 필요성을 느낄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혁 회장은 고혈압 관리의 핵심은 '꾸준함'이라고 강조하면서 "고혈압은 혈압 숫자만 낮추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혈관과 심장, 뇌를 보호하는 것이 목표"라며 "치료를 시작하는 시기가 빠를수록 합병증 예방 효과도 커진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젊은 환자일수록 당장의 불편함이 없어 치료를 중단하기 쉽지만, 수년 뒤 심각한 건강 문제로 돌아올 수 있다"며 "의료진도 환자의 생활환경과 치료 지속의 어려움까지 함께 살피는 진료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국임상고혈압학회는 앞으로 △젊은층 고혈압 관리 강화 △가정혈압 활성화 △AI 기반 위험 예측 기술 활용 △국민 인식 개선 활동 등을 통해 국민 건강수명 연장에 기여한다는 방침이다.
이 회장은 "고혈압 관리는 더 이상 병원 안에서 끝나는 진료가 아니다"며 "생활 속에서 예방하고 관리하는 새로운 고혈압 시대를 만들어 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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