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차단술 난립 막는다"… 통증학회, 인적 기준 도입 촉구

통증분과 인증의 현판식 개최… 30년 운영 인증제도 국가 공인 추진
"과잉 시술보다 전문성 관리 해법"…시술 자격 기준·모니터링 강화도

"전문성이 없는 상태에서 시술은 치료 시기를 놓기고, 환자의 삶을 위협합니다."

통증학회가 신경차단술의 과잉 시행 논란에 대한 해법으로 '시술 건수 규제'가 아닌 '시술자 전문성 관리'를 제시했다.

대한통증학회(회장 신진우)는 1일 서울아산병원 통증클리닉에서 '통증분과 인증의 현판식'을 개최하고, 통증 전문의 인증제도의 30년 역사를 알리는 한편, 기자간담회를 통해 '신경차단술, 왜 인적 기준이 필요한가?'를 주제로 신경차단술 시술자에 대한 전문성 기준 마련을 촉구했다.

이날 간담회는 정부의 관리급여 제도 시행과 검체·신경차단술 관리 강화 정책이 추진되는 가운데 마련됐다. 학회는 단순히 시술 횟수를 제한하는 방식으로는 과잉 진료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전문 교육과 검증을 거친 의료진 중심의 인적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환자 안전과 의료의 질을 높이는 근본적인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신진우 회장은 "정부는 신경차단술 증가를 이유로 횟수를 제한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는 필요한 환자의 치료 기회까지 줄일 수 있다"며 "시술 건수를 일률적으로 규제하기보다 충분한 교육과 훈련을 받은 의료진이 시술하도록 인적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강조했다.

신진우 회장

학회에 따르면 현재 신경차단술은 특정 전문 자격 없이도 대부분의 의사가 시행할 수 있다.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는 전공의 4년과 펠로우 과정을 거쳐 체계적인 교육을 받지만, 현행 제도에서는 교육 수준과 관계없이 동일한 시술이 가능하다.

신 회장은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의사와 그렇지 않은 의사가 동일한 보상을 받다 보니 수익성이 있는 시술에 누구나 뛰어드는 구조가 만들어졌다"며 "정부는 이를 과잉 시술로 판단해 전체 시술을 줄이려 하지만, 결국 전문 의료진까지 함께 규제받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준호 기획이사 역시 "전문성을 갖춘 의료진에게 적절한 보상이 이뤄지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차등을 두는 체계가 마련된다면 과잉 시술도 자연스럽게 줄고, 환자도 필요한 치료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30년 이어온 '통증분과 인증의'…현재 자격 유지자 960명

통증학회는 이러한 전문성 확보를 위해 지난 1996년부터 통증 인증의 제도를 운영해왔다. 현재는 명칭을 '통증분과 인증의'로 변경했으며,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를 대상으로 일정 수준 이상의 임상경험과 학술활동, 카데바 교육, 필기·면접시험 등을 통과해야 자격을 부여한다.

자격 취득 이후에도 5년마다 재교육과 갱신 심사를 거쳐야 하며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자격이 박탈된다. 지금 현재 자격을 유지하고 있는 통증분과 인증의는 약 960명으로, 전체 마취통증의학과 회원 약 6000명 가운데 6분의 1 수준이다.

신 회장은 "국가 자격이 아님에도 학회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 전문성을 관리하고 있다"며 "환자들이 믿고 찾을 수 있는 의료진을 지속적으로 양성하는 것이 학회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통증, 조 치료 중요…전문의 선택이 예후 좌우"

학회는 통증 치료가 단순한 통증 완화가 아니라 적절한 시기를 놓치면 평생 후유증으로 이어질 수 있는 전문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신 회장은 "대상포진이나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처럼 조기에 치료하면 완치 가능성이 높은 질환도 치료 시기를 놓치면 평생 극심한 통증을 안고 살아갈 수 있다"며 "환자들은 간판에 '통증'이라고 적혀 있으면 모두 같은 전문성을 갖춘 것으로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환자가 인증 의료진을 쉽게 확인하고 전문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신경차단술 시장 급성장…"과잉 시술 우려 현실화"

대한통증학회는 이날 건강보험공단 자료를 근거로 신경차단술 시장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발표 자료에 따르면 신경차단술 진료비는 2020년 1조6267억원에서 2024년 3조2960억원으로 5년 동안 2.03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건강보험 진료비 증가율은 1.34배에 그쳤다.

문호식 대한통증학회 홍보이사는 "고령화로 인한 수요 증가도 있지만, 신경차단술 시장 확대 속도가 지나치게 빠른 것은 공급 증가 역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에는 정형외과와 신경외과뿐 아니라 이비인후과 등 다양한 진료과에서도 신경차단술 시행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2024년 신경차단술 진료비의 약 89.4%가 의원급 의료기관에 집중돼 있으며, 일부 기관은 연간 수만 건의 시술을 시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소개했다.

시술 증가와 함께 의료사고 위험도 커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발표 자료에서는 ▲방사선 피폭 ▲감염과 농양 ▲신경 손상 ▲스테로이드 부작용 등을 주요 위험요인으로 제시했으며, 실제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사례와 법원 판례에서도 신경차단술 후 감염이나 신경 손상으로 손해배상 판결이 내려진 사례가 소개됐다.

문 이사는 "신경차단술은 시작은 쉬워 보여도 정확하게 시행하기 위해서는 높은 숙련도가 필요한 시술"이라며 "국내도 해외 주요국처럼 체계적인 교육과 자격 관리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준호 기획이사도 "신경차단술은 국내 법률에 따르면 전문의가 아닌 일반의도 제한 없이 해당 시술을 할 수 있다. 전문의 자격이나 교육 이수 여부에 따라 활동 범위나 개원에 제한을 두지 않아서다"며 "이 때문에 정형외과, 신경외과, 재활의학과는 물론, 전문의 수련을 받지 않은 일반의도 시술하고 있다. 하지만 비전문가에 의한 시술은 환자의 건강에 큰 위협이 된다"고 우려했다. 

"횟수 제한보다 전문성 중심 관리체계 마련해야"

이에 통증학회는 신경차단술의 안전성과 적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시술자 자격 기준 법제화 ▲통증분과 인증의 제도 국가 공인 ▲시술자 및 의료기관별 과잉 시술 모니터링 강화 등 세 가지 정책을 제안했다.

신 회장은 "전문성 없는 상태에서의 시술은 치료 시기를 놓치고 환자의 삶을 위협할 수 있다"며 "환자가 전문 의료진을 쉽게 확인하고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의료의 질도 함께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궁극적으로는 통증분과 인증의 제도가 국가 차원의 공식 제도로 인정받아 전문성 중심의 의료체계가 구축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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