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앞섰는데 급여는 제자리… 편두통 치료 발목잡는 급여 기준"

대한두통학회, 비현실적 급여 기준·삭감에 환자 고통 가중… 두통 치료 현실적 장벽 성토
CGRP 표적치료제 급여 장벽·MRI 삭감·군발두통 산소치료 비급여 지적…제도 개편 시급

대한두통학회가 2026년 춘계학술대회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편두통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꾼 혁신 신약이 잇따라 등장하며 글로벌 진료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과도한 건강보험 급여 기준과 경직된 심사체계가 환자들의 치료 접근성을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세계적 치료 흐름과 괴리된 현행 급여제도가 환자들의 고통을 장기화시키고 있다며 현실에 맞는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주자했다. 

대한두통학회(회장 주민경)는 21일 2026년 춘계학술대회 기자간담회를 열고 편두통 치료 환경 개선과 두통 질환에 대한 인식 제고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날 학회는 편두통 예방 치료의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는 CGRP(칼시토닌 유전자 관련 펩타이드) 표적치료제의 급여 기준 문제를 집중적으로 지적했다.

이원우 학술간사는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주요 국가에서는 CGRP 표적치료제를 삽화성 편두통과 만성 편두통의 1차 예방 치료 옵션으로 권고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하지만 국내에서는 6개월 이상 4가지 이상의 기존 예방약제 치료에 실패해야만 건강보험 적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또 편두통이 단순 통증이 아닌 조기 개입이 중요한 신경계 질환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주민경 회장은 "초기 단계에서 적절한 치료가 이뤄질수록 만성화 위험을 줄이고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근거가 충분히 축적되고 있다"며 "여러 약제를 차례로 실패하고 긴 기간 두통일기를 작성하도록 하는 현재 기준은 환자들에게 불필요한 고통을 강요하는 구조"라고 비판했다.

이어 "최근 탈모 치료 건강보험 적용 확대 논의가 활발한 상황에서 환자의 일상과 사회생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편두통 치료제의 접근성 개선은 상대적으로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소아·청소년 편두통 치료 확대 기대

학회는 최근 소아·청소년 편두통 치료 영역에서 의미 있는 진전도 소개했다.

학회에 따르면 항 CGRP 단일클론항체 치료제인 아조비(성분명 프레마네주맙)가 최근 국내에서 7세 이상, 체중 40㎏ 이상 소아·청소년 환자까지 처방이 가능하도록 허가 범위가 확대됐다.

이와 관련해 주 회장은 "학업 부담이 큰 국내 청소년들에게 편두통은 단순한 불편을 넘어 학습과 성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질환"이라며 "이번 허가 확대는 중증 편두통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다만 건강보험 적용이 이뤄지지 않아 경제적 부담에 따른 치료 격차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그는 "실손보험을 통해 일부 비용 보전은 가능하지만 보험 가입 여부에 따라 치료 접근성이 달라질 수 있다"며 "취약계층 환자도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환자 안전보다 삭감 우선돼선 안 돼"

이와함께 건강보험 심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검사 삭감 문제에 대해서도 개선을 요구했다. 대표적으로 '벼락두통(Thunderclap Headache)' 환자에 대한 MRI 검사 삭감 사례를 언급했다. 

벼락두통은 뇌출혈이나 뇌혈관 질환 등 생명을 위협하는 중증 질환의 초기 신호일 수 있어 신속한 영상검사가 필요하지만, 일부 사례에서는 신경학적 이상 소견이 없다는 이유로 MRI 비용이 삭감되고 있다는 것이다.

주 회장은 "벼락두통은 치명적 뇌질환을 감별하기 위해 반드시 MRI 검사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일률적인 기준으로 검사를 제한하거나 삭감하는 것은 환자 안전보다 비용 절감을 우선하는 접근으로 비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극심한 통증으로 '자살두통'이라 불리는 군발두통의 표준 치료 중 하나인 고농도 산소치료 역시 건강보험 적용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현실도 비판했다.

학회는 "국제적으로 효과가 입증된 치료법임에도 급여화가 수년째 지연되고 있다"며 "질환 특성과 치료 효과를 반영한 합리적인 급여 정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편두통은 삶의 질 넘어 건강권 문제"

대한두통학회는 두통 질환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전환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주민경 회장은 "편두통 환자의 약 80%가 여성"이라며 "심한 월경 관련 편두통으로 매달 수일간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두통을 단순한 통증 정도로 인식하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질환의 심각성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며 "편두통은 개인의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릴 뿐 아니라 여성 건강권과 노동·학습권에도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질환"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한두통학회는 환자들의 자가 관리를 돕기 위해 두통일기 모바일 애플리케이션과 웹서비스를 개편했으며, 대국민 캠페인과 교육 콘텐츠 제작 등을 통해 두통 질환 인식 개선 활동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김아름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카카오톡
  • 네이버
  • 페이스북
  • 트위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