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차의료 붕괴 임계점"… 서울시내과의사회, 검체수가 개편 강력 반발

하상철 회장 "저수가·과잉규제 견뎌온 내과 개원의들 더는 버틸 수 없다"
검체검사 수가 삭감 철회 촉구, 국회도 성분명처방 등 졸속 입법 중단해야

저수가와 과도한 규제 속에서도 국민 건강의 최일선을 지켜온 내과 개원의들이 생존의 한계점에 내몰렸다는 경고가 나왔다. 정부가 추진 중인 검체검사 위수탁 제도 개선과 상대가치점수 개편으로 의원급 의료기관의 핵심 진료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의료계는 일차의료 붕괴를 막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서울시내과의사회(회장 하상철)는 21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30회 정기총회 및 학술대회에서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검체검사 수가 인하 정책과 최근 국회에서 논의되는 성분명처방 관련 입법 움직임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하상철 회장은 "내과 의원들은 오랜 기간 낮은 수가와 각종 규제를 감내하면서 국민 건강을 책임져 왔지만 이제는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검체검사 수가까지 대폭 삭감될 경우 상당수 의원급 의료기관의 경영 기반이 무너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이날 가장 큰 쟁점은 정부가 추진 중인 검체검사 위수탁 제도 개선안이었다.

정부는 과도하게 보상된 검체검사 수가를 조정한다는 취지로 수가 인하와 배분체계 개편을 추진하고 있으며, 관련 안건은 조만간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이에 서울시내과의사회는 검체검사가 단순한 수익사업이 아니라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위한 필수 의료행위라고 강조했다.

하 회장은 "검체검사는 환자의 상태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적절한 치료 방향을 결정하는 핵심 진단 수단"이라며 "정부안이 현실화될 경우 내과계는 최소 6700억원에서 최대 1조원에 이르는 손실을 입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검체검사 수익 감소는 단순한 경영 악화를 넘어 의료기관 운영 자체를 어렵게 만들 수 있다"며 "결국 그 피해는 환자들의 의료 접근성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하상철 회장

"초·재진료 인상만으로는 부족…진찰 가치 보상해야"

내과계는 검체검사 수가 조정이 불가피하다면 이에 상응하는 보상체계 마련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현호 의무부회장은 "내과는 고혈압·당뇨병 등 만성질환자를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진료과인 만큼 만성질환관리료 확대와 심층진찰료 신설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환자 상담과 검사 결과 설명, 복합질환 관리 등 의사의 전문적 판단과 시간이 투입되는 진료행위에 대한 적정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부회장은 "10분 이상 충분한 설명과 상담이 이뤄지는 진료에 대해 심층상담료를 신설하고, 검사 결과를 종합적으로 해석·설명하는 행위 역시 정당한 보상체계에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다.

오태훈 공보부회장도 "과보상 해소라는 명분만으로 검체검사 수가를 대폭 줄이는 것은 필수의료를 담당하는 일차의료의 기반을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전공의들의 내과 기피 현상까지 심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재택의료·AI 활용 등 새로운 진료모델 모색

서울시내과의사회는 위기 속에서도 변화하는 의료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논의도 이어갔다.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만성질환 관리와 예방접종 최신지견은 물론 재택의료와 인공지능(AI) 활용 방안이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하 회장은 "초고령사회에서는 방문진료와 재택의료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다"며 "이미 이를 새로운 진료모델로 정착시키고 있는 의원들도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AI 활용에 대해서는 기대와 함께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오 부회장은 "AI는 의료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강력한 도구지만 책임 소재와 법적 기준, 비용 문제 등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내과의사회는 이날 정기총회에서 채택한 결의문을 통해 정부와 국회를 향해 일차의료를 위협하는 정책과 입법 시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의사회는 ▲검체검사 수가 개편 재검토 및 합리적 보상안 마련 ▲한국형 주치의제의 의원 중심 재설계 ▲무리한 약가 인하 정책 중단 ▲필수의약품 공급 안정화 ▲성분명처방 도입 시도 철회 등을 요구했다.

이와함께 성분명처방과 관련해서는 환자 안전성과 의약분업 체계에 미칠 영향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채 입법이 추진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서울시내과의사회는 "국회는 환자 안전을 도외시한 졸속 입법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며 "의약분업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모든 입법 시도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의사의 처방권과 약사의 조제권을 분리해온 현행 의약분업 체계는 국민 건강 보호를 위한 사회적 합의의 결과"라며 "충분한 검증과 논의 없이 제도를 변경할 경우 의료현장 혼란과 환자 안전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상철 회장은 "지금 필요한 것은 일차의료를 더욱 위축시키는 정책이 아니라 국민 건강을 지탱하는 동네의원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제도적 지원"이라며 "정부와 국회가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실질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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