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인구학자인 Emily Grundy 교수가 한국의 저출산 문제에 대해 단순한 출산율 수치에만 집중하기보다 개인의 삶의 방식과 사회·문화적 환경을 함께 고려하는 복합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인구보건복지협회는 국제가족계획연맹(IPPF) 회의 참석차 영국 런던을 방문한 김경선 회장이 지난 17일 현지에서 에밀리 그런디 교수와 만나 한국의 인구 문제와 정책 방향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다.
그런디 교수는 세계 인구학회 사무총장과 영국 인구학회장을 역임한 세계적 인구학자로, 결혼과 출산이 노년기 건강과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해 온 전문가다.
이날 면담에서 그런디 교수는 한국의 저출산 문제와 관련해 "합계출산율은 중요한 지표지만 인구문제는 그보다 훨씬 복합적인 현상"이라며 "개인의 생활양식과 문화, 직장 환경, 정부의 재정 지원 등을 포괄적으로 고려하는 생태학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한때 높은 출산율을 유지했던 북유럽 국가들 역시 최근 출산율 하락을 겪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등도 저출산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은 만큼, 단순히 출산율 수치에만 집중하기보다 가족을 원하는 사람들이 실제로 가족을 꾸릴 수 있도록 사회적 장벽을 제거하는 것이 정부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디 교수는 최근 한국의 출산율이 소폭 반등한 현상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과거 한국의 장시간 근로 문화가 낮은 출산율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작용했다고 지적하면서, 최근 주 52시간 근로제 정착 등 근로시간 단축 노력이 출산율 회복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데 공감했다.
또한 가족 돌봄 과정에서 나타나는 성별 격차 역시 저출산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여성에게 돌봄 부담이 집중될 경우 여성 고용과 경력 유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이를 완화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지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런디 교수는 과거 일부 해외 학자가 한국의 초저출산 현상을 두고 비관적 전망을 내놓았던 것과 관련해 "합계출산율 숫자만을 근거로 국가의 미래를 단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인구 현상은 매우 역동적이고 출산율 역시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만큼 중요한 것은 정책의 일관성과 지속성"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경선 회장은 "한국뿐 아니라 대부분 국가들이 단순한 출산율 문제가 아닌 다양한 사회·경제적 요인이 얽힌 인구 문제를 겪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최근 출산율 반등은 정부가 추진해 온 일·가정 양립 정책의 효과가 일부 반영된 결과로 볼 수 있는 만큼 청년들이 가족이 있는 삶을 선택할 수 있도록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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