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사망사건 의사 송치"… 의료계, 구조적 문제 외면한 책임 전가
의협·응급의학의사회 강력 반발… "전공의까지 형사처벌하면 필수의료 붕괴 가속"
"응급환자 수용은 개인 판단 아닌 시스템 문제로 봐야… 법적 보호장치 마련 시급"
지난 2023년 대구에서 추락 사고로 중증 두부외상을 입은 10대 학생이 여러 병원 응급실을 전전하다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당시 응급실 근무 의사 2명이 응급의료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되자 의료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특히 송치 대상자 가운데 사건 당시 수련 중이던 전공의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필수의료 현장의 위축과 의료인력 이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응급의학과를 비롯한 필수의료 분야가 이미 심각한 인력난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전공의까지 형사책임을 묻는 사례가 현실화될 경우 젊은 의사들의 필수의료 기피 현상이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대한의사협회(회장 김택우)와 대한응급의학의사회(회장 이형민)는 16일 잇따라 성명을 발표하고, 응급의료체계의 구조적 문제와 의료진 대상 형사처벌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명, 근본적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의협은 먼저 사망한 학생과 유가족에게 애도를 표한 뒤 "이번 사건은 특정 의료기관이나 의료진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장기간 누적된 응급·필수의료체계의 구조적 실패가 드러난 사례"라고 규정했다.
의협에 따르면 응급환자 수용 여부는 응급실 의사 개인이 독자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응급환자를 수용하기 위해서는 수술을 담당할 전문의와 중환자실, 병상, 마취과 및 관련 진료과 인력 등 배후 진료체계가 갖춰져야 한다.
특히 중증 외상환자의 경우 신경외과와 외상외과, 중환자 전담 인력 등 다학제 진료체계가 뒷받침돼야 최종 치료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의협은 "응급실 의사의 의지만으로 환자를 수용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라며 "배후 전문인력과 수술실, 중환자실 가동 여부, 당직 전문과 대응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사후 결과만을 근거로 의료진 개인에게 형사책임을 묻는 것은 국가와 제도가 부담해야 할 구조적 책임을 현장 의료진에게 전가하는 것"이라며 "응급의료체계의 현실을 외면한 수사"라고 지적했다.
응급의학의사회도 이번 검찰 송치 결정을 두고 "응급의료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전형적인 희생양 찾기"라고 비판했다.
응급의학의사회는 "보건복지부 역시 인력과 시설, 장비 부족 등으로 적절한 치료가 어려운 경우 다른 의료기관으로 전원하는 것이 정당한 사유가 될 수 있다고 안내해 왔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건에서 행정처분과 법원 판단이 형사책임의 근거로 활용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응급실 환자 수용 여부는 당시 중증 환자 현황과 수술 가능성, 중환자실 운영 상황, 전문인력 확보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의료적 판단"이라며 "최종 치료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무조건 환자를 수용하는 것이 오히려 더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의료계는 이번 사건이 필수의료 전반에 미칠 파장에도 우려를 나타냈다.
의협은 2017년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사건 이후 소아청소년과 지원 기피 현상이 심화됐던 사례를 언급하며 "의료진이 형사처벌 위험에 노출될 경우 환자 수용을 회피하거나 방어적 진료가 증가할 수 있다"며 "이는 결국 응급의료체계 전반의 위축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응급의학의사회 역시 "응급실 의료진의 환자 수용 결정과 의학적 판단에 대해 사후 결과만으로 형사책임을 묻는다면 누가 필수의료 현장을 지키려 하겠느냐"며 "현재 논의 중인 의료사고처리특례법에도 응급의료 현장의 특수성이 충분히 반영돼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의협은 응급의료체계 정상화를 위해 △배후 진료 인프라 확충 △필수의료 전문인력 확보 △중증·응급진료 수가 개선 △응급의료 취약지 지원 확대 △불가항력적 응급의료 사고에 대한 형사책임 면제 △필수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 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와함께 "응급실 미수용 문제를 개인 의사의 책임으로 환원해서는 근본적 해결이 불가능하다"며 "정부와 국회는 처벌 중심 접근에서 벗어나 응급의료체계 정상화와 필수의료 보호를 위한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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