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비·심한 잠버릇이 보내는 경고… 조용히 시작되는 파킨슨병

[전문의 건강칼럼]
좋은강안병원 신경과 김선정 과장
환자 14만명 넘어… 조기 진단·꾸준한 관리가 삶의 질 좌우

손이 떨려야만 파킨슨병을 의심하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로는 수년 전부터 변비나 심한 잠버릇, 후각 저하 등 다양한 증상이 먼저 나타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이러한 신호들이 파킨슨병의 시작일 수 있다며 조기 진단과 지속적인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파킨슨병은 뇌의 도파민 신경세포가 점차 소실되면서 발생하는 대표적인 신경퇴행성 질환이다. 도파민 부족으로 인해 손 떨림, 근육 경직, 움직임이 느려지는 서동증 등이 주요 증상으로 나타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파킨슨병 환자는 2020년 12만5927명에서 2024년 14만3441명으로 약 13.9% 증가했다. 고령화가 가속화되면서 환자 수는 앞으로도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좋은강안병원 신경과 김선정 과장은 "파킨슨병은 운동 증상이 나타나기 훨씬 전부터 다양한 비운동 증상이 먼저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변비, 렘수면행동장애, 주간 졸림, 후각 저하, 우울감, 무기력증, 기립성 저혈압, 빈뇨와 야뇨 등이 있다. 특히 렘수면행동장애는 잠을 자면서 소리를 지르거나 팔과 다리를 크게 움직이는 증상으로, 파킨슨병의 중요한 전조 증상으로 알려져 있다.

파킨슨병 초기에는 한쪽 손의 미세한 떨림이나 글씨가 점점 작아지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또한 걸을 때 한쪽 팔을 잘 흔들지 않거나 표정이 줄어들고 목소리가 작아지는 변화도 관찰된다.

질환이 진행되면 발을 끌면서 걷거나 종종걸음을 걷게 되고, 발이 바닥에 붙은 듯 움직이지 않는 '동결보행'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균형 감각이 떨어지면서 낙상 위험도 높아진다.

다만 모든 파킨슨 증상이 곧 파킨슨병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항정신병약물이나 일부 위장관 치료제, 항구토제 등의 약물에 의해 비슷한 증상이 발생할 수 있으며, 반복적인 뇌경색으로 인해 발생하는 혈관성 파킨슨증도 존재한다. 심한 우울증 역시 움직임이 느려지고 표정이 감소하는 증상을 보일 수 있다.

파킨슨병은 혈액검사나 영상검사 하나만으로 진단되는 질환이 아니다.

신경과 전문의는 서동증을 기본으로 떨림과 강직 여부, 증상의 진행 양상, 좌우 비대칭성, 약물 반응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필요에 따라 뇌 MRI나 도파민 신경 기능을 확인하는 핵의학 검사를 시행하지만, 진단의 핵심은 임상적 판단에 있다.

치료는 도파민을 보충하거나 작용을 강화하는 약물치료가 중심이다. 대표 약제인 레보도파는 현재까지 가장 효과적인 치료제로 평가받고 있다.

최근에는 약물치료뿐 아니라 운동치료의 중요성도 강조되고 있다. 보행훈련과 균형훈련, 근력운동 등을 꾸준히 시행하면 신체 기능을 유지하고 증상 진행을 늦추는 데 도움이 된다.

파킨슨병은 완치보다는 장기적인 관리가 중요한 질환이다. 특히 환자의 삶의 질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가족과 보호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환자의 움직임이 느려졌다고 재촉하기보다 충분한 시간을 주고, 낙상을 예방할 수 있도록 집안 환경을 정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또한 약 복용 시간을 철저히 관리하고 사회활동과 운동을 지속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필요하다.

김선정 과장은 "후각 저하, 변비, 수면장애와 같은 증상이 지속된다면 단순 노화로 여기지 말고 전문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중요하다"며 "파킨슨병은 완치가 어렵지만 조기에 발견해 적절한 치료와 관리를 받으면 오랜 기간 독립적인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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