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미용 시장이 뜨겁다. 레이저, 필러, 보톡스로 대표되던 시장은 이제 수십 가지 신규 시술로 세분화됐고, 개원가에는 하루가 다르게 새 장비가 들어선다. 환자들은 SNS에서 시술 정보를 먼저 공부하고 진료실에 들어오며, 병원들은 가격과 이벤트로 그 관심을 붙잡으려 치열하게 경쟁한다.
접근성이 높아지고 더 많은 사람이 피부 건강을 챙길 수 있게 됐다는 것은 분명 긍정적인 변화다. 하지만 이 성장의 이면에서 조용히 커지고 있는 문제도 있다.
지난 몇 년 사이 공장형 병원이 빠르게 확산됐다. 장비를 일괄 구매하고 마케팅을 중앙에서 집행해 시술 가격을 시장 평균보다 대폭 낮추는 구조다. 단기적으로 환자의 선택지가 넓어진다는 장점이 있지만, 이 모델이 확산될수록 진료 현장에는 구조적인 압박이 생겨난다.
박리다매 구조에서 의사 한 명이 하루에 소화해야 하는 시술 건수는 자연스럽게 늘어난다. 환자 한 명 한 명의 피부 상태를 꼼꼼히 살피고, 적응증을 따지고, 사후 경과를 챙기는 데 할애되는 시간은 그에 반비례해 줄어든다. 가격이 낮아진 만큼 진료의 밀도도 함께 얇아지는 것이다.
저렴하게 받은 시술의 부작용을 수습하러 여러 병원을 전전하다 찾아오는 환자들을 개원가에서는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사후관리 문제는 더 심각하다. 공장형 병원 특성상 담당 의사가 자주 교체되고, 시술 후 문제가 생겼을 때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지는 경우가 잦다. 처음 시술한 의사는 이미 다른 지점으로 이동한 뒤고, 새로 배정된 의사는 당시 상황을 알지 못한다. 부작용을 수습하는 부담이 고스란히 환자 몫으로 남는 구조다.
가격은 선택의 시작점이지 끝이 아니다. 시술 후 결과가 기대에 못 미쳤을 때, 혹은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생겼을 때, 환자가 진짜로 원하는 것은 자신의 문제를 끝까지 함께 해결해 줄 의사다. 그 관계를 가격만으로 살 수는 없다.
오랜 시간 한 진료실을 지켜온 의원들이 공통적으로 가진 것이 있다. 환자와의 지속적인 신뢰 관계, 그리고 결과에 대한 책임을 피하지 않는 태도다. 이것은 마케팅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진료를 반복하면서 쌓이는 것이다.
붐이 지나간 자리에 남는 것은 마케팅이 아니라 진료다. 환자가 기억하는 건 이벤트 가격이 아니라 그 진료실에서 어떤 대접을 받았는가이다.
미용시술 시장은 앞으로도 성장할 것이다. 기술은 발전하고 수요는 계속 늘어난다. 그러나 시장이 커질수록, 가격 이외의 이유로 선택받는 의원의 가치도 함께 커진다. 싸게, 빠르게, 많이가 아니라 제대로, 안전하게, 끝까지를 원하는 환자는 언제나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 붐 속에서 의사가 잃지 말아야 할 것은 결국 하나다. 환자 앞에서 부끄럽지 않은 판단과 그 결과에 대한 책임. 그것이 오래가는 진료실의 공통분모다.
[글: 팝의원 대전둔산 강경완 대표원장]
Copyright @보건신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