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풀리는 봄철, 어김없이 따라붙는 불청객이 있다. 바로 미세먼지다. 목이 칼칼하고 공기가 탁한 날, 약속이라도 한 듯 삼겹살 이야기가 나온다. 돼지기름이 목에 낀 먼지를 씻어내 줄 것이라는 믿음에서다.
이 속설은 과학적으로 설명되기 어렵다. 미세먼지는 호흡기를 통해 기관지와 폐로 들어가고, 삼겹살은 식도를 거쳐 위와 장으로 내려간다. 들어가는 길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삼겹살을 먹는다고 미세먼지가 몸 밖으로 배출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삼겹살을 건강에 해로운 음식으로만 볼 필요도 없다. 오히려 이 속설 뒤에는 우리가 오랫동안 오해해 온 '돼지고기 지방'에 대한 이야기가 숨어 있다. 비록 삼겹살이 '먼지를 씻어내는 음식'은 아니지만, 오히려 봄철처럼 체력이 떨어지고 몸이 쉽게 건조해지는 시기에는 에너지 공급과 세포 균형 유지 측면에서 지방의 역할을 다시 볼 필요도 있다.
지방은 탄수화물, 단백질과 함께 인체를 이루는 주요 영양소다. 세포막을 구성하고 에너지를 저장하며 지용성 비타민의 흡수를 돕는 역할을 한다. 지방 섭취가 지나치게 부족하면 포만감 유지가 어려워 식사 패턴이 흐트러질 수 있다.
또 지방은 포만감을 오래 유지하는 특징이 있다. 때문에 적절한 지방이 포함된 식사는 불필요한 간식이나 과도한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지방이 다이어트의 적으로만 불릴 수 없는 이유다.
돼지고기, 특히 삼겹살은 오랫동안 건강의 적처럼 취급돼 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식재료를 보다 세분화해 보는 시선도 늘고 있다. 지방이라고 해서 모두 같은 성질을 지닌 것은 아니고 섭취량과 조리 방식, 전체 식사 구성이 건강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돼지고기 비계에는 올레산이 포함돼 있다. 올레산은 건강식으로 꼽히는 올리브유의 대표적인 불포화지방산으로, 혈중 지질 균형 유지에 관여해 심혈관계 부담을 낮추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일부 연구에서는 올레산이 세포 환경 조절이나 특정 세포의 이동성, 분화 과정과 연관될 가능성도 제시되고 있다.
물론 삼겹살 한 끼가 곧바로 줄기세포 건강을 높인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지방이 단순한 에너지 저장 물질을 넘어 세포 환경과도 관련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기실, 삼겹살을 먹는다면 가장 중요한 것은 균형이다. 쌈 채소나 채소 반찬을 충분히 곁들이면 느끼함을 줄이는 데 그치지 않고 식사의 밀도를 조절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지나치게 짜거나 자극적인 양념을 더하는 방식보다는 재료 자체의 맛을 살리는 편이 낫다.
굽는 방식도 중요하다. 고기를 지나치게 태워 먹는 습관은 바람직하지 않다. 탄 부분은 줄이고, 너무 과식하지 않도록 식사량을 조절하는 게 바람직하다.
서울365mc병원 소재용 대표병원장은 "미세먼지가 심한 날 삼겹살이 먼지를 씻어내 주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지방 역시 무조건 멀리해야 할 영양소만은 아니다. 미세먼지에 대비한 생활 관리와 함께 균형 잡힌 식사를 유지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인 건강 관리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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