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위고비·마운자로 등 GLP-1 계열 비만 치료제가 빠르게 퍼지면서 다이어트 열풍이 거세다. 하지만 급격한 체중 감량의 이면에 '담석증'이라는 복병이 숨어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살을 빼겠다고 지방까지 극단적으로 줄였다가 오히려 담석으로 병원을 찾는 경우도 적지 않다.
GLP-1 주사제는 체중 감량 효과가 뛰어나지만, 담낭·담도 질환 위험을 함께 높이는 것으로 보고된다. JAMA에 실린 메타분석을 보면, 임상시험 76건, 약 10만3000명을 분석한 결과 GLP-1 주사제를 쓴 쪽에서 담낭·담도 질환 위험이 약 37% 높았고, 담석증만 따로 봐도 위험이 의미 있게 증가했다.
특히 당뇨 조절보다 체중 감량 목적으로 쓸 때 위험이 더 컸다. 용량이 높거나 오래 쓴 경우에는 위험이 높게 나타난 반면, 저용량이나 단기간 사용에서는 위험 증가가 관찰되지 않았다. 기전을 보면, 이 주사제는 담낭의 움직임을 떨어뜨리고 담즙 배출을 늦추는 동시에, 살이 빠르게 빠지면서 담즙 속 콜레스테롤을 진하게 만든다. 담즙이 담낭에 오래 머물면 찌꺼기가 가라앉고, 이것이 굳으면 담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극단적인 다이어트도 원인 중 하나다. 길은 크게 두 갈래로 본다. 하나는 체지방이 빠르게 분해되면서 담즙에 콜레스테롤이 과도하게 몰리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지방을 거의 먹지 않아 담낭을 쥐어짜는 호르몬(콜레시스토키닌 holecystokinin, CCK)이 잘 나오지 않아 담즙이 고이는 것이다.
한국인 약 506만명을 16년간 추적한 연구에서는, 체중을 20% 넘게 뺀 사람의 담석 위험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약 32% 높게 나타났다. 반면 5~20%를 빼거나 체중이 오르내린 경우에는 증가폭이 크지 않았다. 얼마나 많이, 얼마나 빨리 빼느냐가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
담석이 있어도 평소에는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한동안 굶다시피 하다가 갑자기 기름진 음식을 폭식할 때다. 지방이 한꺼번에 들어오면 CCK가 많이 분비돼 담낭이 강하게 수축하는데, 이때 담석이 담낭관을 막으면 급성 담낭염으로 번질 수 있다. 기름진 식사를 하고 30분에서 몇 시간 뒤 오른쪽 윗배가 아프면 검사를 받아 보는 게 좋다. 비만이거나 40대 이상 여성, 출산 경험이 있는 경우, 주 1.5㎏ 이상 급하게 빼는 경우는 특히 주의가 필요하다.
아크로한의원 박지선 원장은 "건강한 감량을 위해서는 지방을 아예 끊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임상시험 13건, 1800여명을 모은 분석에서 살을 빼는 중에도 지방을 지나치게 줄이지 않은 경우 담석이 덜 생긴 것으로 보고됐다는 것이다.
특히 올리브유, 등푸른생선, 견과류 같은 좋은 지방을 조금씩 먹으면 담낭이 규칙적으로 움직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다이어트 약을 사용하는 경우에도 식사를 지나치게 줄이지 말고, 규칙적인 식사와 운동을 함께 챙기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박지선 원장은 "다이어트는 잠깐 빠진 숫자가 아니라 오래 유지할 수 있는 몸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본다"며 "약이든 식단이든 빼는 속도에만 집중하다 보면 뜻밖의 문제가 따라올 수 있다. 담석증이 대표적인 경우다. 그래서 진료에서는 단기간의 체중 변화보다 식습관과 생활 리듬을 다듬는 행동 관리, 그리고 오래 끌고 갈 수 있는 전략을 더 중요하게 본다. 효과만큼 안전을 함께 따지는 것이 건강한 다이어트의 출발점"이라고 전했다.
Copyright @보건신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