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지 않아 더 위험… 고혈압, 심장·뇌 silently 망가뜨린다"

전문의 건강칼럼
좋은삼선병원 순환기내과 임지훈 과장
증상 없어도 장기손상 진행… 심근경색·뇌졸중 부르는 '침묵의 살인자' 경고

좋은삼선병원 순환기내과 임지훈 과장

특별히 아픈 곳은 없는데 혈관과 심장이 서서히 망가진다. 고혈압은 별다른 증상 없이 진행되지만 심근경색과 뇌졸중, 심부전 등 치명적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어 대표적인 '침묵의 살인자'로 불린다. 최근에는 젊은층 환자까지 빠르게 늘어나면서 정상보다 약간 높은 혈압도 조기에 관리해야 한다는 경고가 커지고 있다.

혈압은 심장이 혈액을 온몸으로 보내는 과정에서 혈관에 가해지는 압력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수축기 혈압 120㎜Hg 미만, 이완기 혈압 80㎜Hg 미만을 정상으로 보며, 수축기 140㎜Hg 이상 또는 이완기 90㎜Hg 이상이면 고혈압으로 진단한다.

문제는 고혈압이 특별한 자각 증상 없이 진행된다는 점이다. 당장 통증이나 불편감이 없다 보니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고, 상당수 환자들은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같은 중증 합병증이 발생한 뒤에야 병원을 찾는다.

실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고혈압 환자는 2019년 651만 명에서 2023년 746만 명으로 4년 새 14.1% 증가했다. 특히 남성 증가율이 여성보다 높았으며, 2030 젊은층 환자 비율도 꾸준히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고혈압학회는 잠재적 환자까지 포함한 국내 20세 이상 고혈압 유병자가 약 1300만 명에 달한다고 보고 있다. 성인 10명 중 3명이 고혈압 환자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고혈압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부분으로 '무증상 장기손상'을 꼽는다. 환자가 별다른 증상을 느끼지 못하는 사이 심장과 신장, 뇌, 혈관 등에 손상이 진행되는 현상이다. 심장이 두꺼워지는 좌심실 비대나 신장 기능 저하, 망막 혈관 손상 등이 대표적이다.

이 같은 변화가 누적되면 결국 심근경색과 뇌졸중, 심부전, 신부전 등 심각한 합병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최근에는 고혈압 진단 기준에 도달하지 않았더라도 혈압 상승 자체를 적극 관리해야 한다는 인식도 확대되고 있다. 유럽심장학회(ESC)는 2024년 고혈압 진료지침에서 정상과 고혈압 사이 단계를 기존 '고혈압 전단계' 대신 '상승된 혈압(elevated blood pressure)'으로 명확히 규정했다.

이는 정상 범위를 조금 벗어난 혈압도 단순한 경계 수준이 아니라 향후 심혈관 질환 위험을 높일 수 있는 상태로 봐야 한다는 의미다. 실제 2022년 영국 바이오뱅크 기반 대규모 연구에서는 혈압이 정상보다 약간만 높아도 심근경색과 뇌졸중 위험이 증가하는 경향이 확인됐다.

좋은삼선병원 순환기내과 임지훈 과장은 "고혈압은 이제 단순히 수치를 지켜보는 수준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질환으로 인식해야 한다"며 "대부분 자신의 정상 혈압 수치를 잘 모르기 때문에 평소 자가 혈압 측정을 통해 상태를 꾸준히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정확한 진단 역시 중요하다. 혈압은 상황과 환경에 따라 수시로 변하기 때문에 최소 두 차례 이상 반복 측정해 판단해야 한다. 측정 전에는 5분 정도 안정을 취하고, 등을 기댄 상태에서 팔을 심장 높이에 두고 측정하는 것이 권장된다. 커피 섭취나 흡연 직후 측정은 피하는 것이 좋다.

병원 환경에서 긴장해 혈압이 높게 측정되는 '백의고혈압'과 반대로 평소에는 혈압이 높지만 병원에서는 정상으로 나오는 '가면고혈압'도 주의해야 한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가정혈압 측정과 24시간 활동혈압 검사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임지훈 과장은 "고혈압 치료의 핵심은 단순히 혈압 수치를 낮추는 것이 아니라 장기손상과 심근경색, 뇌졸중 같은 합병증을 예방하는 데 있다"며 "생활습관 개선과 함께 필요한 경우 약물 치료를 통해 혈압을 안정적으로 조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아름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카카오톡
  • 네이버
  • 페이스북
  • 트위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