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에서 만나는 중장년, 고령 환자들에게 가장 두려운 질환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열에 아홉은 치매나 암을 꼽는다. 물론 치매나 암처럼 오랜 기간 사람을 힘들게 하는 병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노년층에서 가장 주의해야 할 것 중 하나는 '낙상(落傷)'이다.
흔히 넘어지는 것을 단순한 부주의나 가벼운 해프닝으로 여기곤 한다. 그러나 노년기 세대에게 낙상은 단순한 타박이 아닌 골절로 이어질 위험이 상당히 높고, 가끔은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우리는 어떻게 두 발로 땅을 딛고 서서 흐트러짐 없이 걸어갈 수 있을까? 여기에는 복잡하고 정교한 인체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다. 시각을 통해 주변 지형을 파악하고, 귀 내부의 전정기관이 몸의 기울기를 감지하며, 척추와 사지의 체성감각(고유수용성감각)이 발바닥이 땅에 닿는 느낌과 관절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뇌에 전달한다. 뇌는 이 정보들을 종합하여 온몸의 근육에 미세한 명령을 내린다. 이것이 우리가 말하는 균형감각이다.
문제는 노화가 진행됨에 따라 이 정밀했던 시스템에 동시다발적인 문제가 생긴다는 점이다. 수정체가 흐려지고 시력이 떨어지며 지면의 고저차를 판단하기 힘들어진다. 전정기관의 기능 저하로 작은 흔들림에도 몸의 중심을 잡기 버거워진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근육량이 감소하여 근감소증으로 이어지게 된다. 특히 척추를 지탱하는 코어 근육과 하체의 큰 근육들이 빠져나가면, 발바닥이 미끄러지거나 돌부리에 걸린 순간 중심을 잡아줄 힘이 부족해 넘어지게 된다. 반사 신경마저 둔해져 손으로 바닥을 짚을 찰나를 놓치기 쉽상이다.
통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 3명 중 1명이 매년 한 번 이상 낙상을 경험하며, 이로 인한 고관절 골절 환자의 약 20%는 합병증으로 인해 1년 이내에 사망에 이른다. 골절 그 자체보다 무서운 것은 그 이후의 삶이다.
뼈가 부러져 장기간 침대에 누워 지내게 되면 근육은 순식간에 빠져나가고, 심폐 기능이 떨어지며 욕창, 폐렴, 심혈관 질환 같은 치명적인 2차 합병증이 나타날 수 있다. 다행히 회복되어 다시 걸을 수 있게 되더라도, 또 넘어지면 어쩌나 하는 심리적 공포감이 남는다. 이는 외부 활동 위축으로 이어지고, 고립감과 우울증을 유발하며, 결국 노화를 더욱 가속화하는 악순환의 늪에 빠뜨린다.
그렇다면 낙상의 위험으로부터 어떻게 몸을 지켜내야 할까? 노화는 막을 수 없지만, 균형감각의 퇴화 속도는 노력으로 얼마든지 늦추고 되돌릴 수 있다. 의사로서 내가 제안하는 핵심 솔루션은 '하체 근력의 재건'과 '고유수용성감각의 깨우기'다.
먼저, 안전하게 지지할 수 있는 벽이나 등받이가 있는 의자, 혹은 스미스 머신과 같은 안정적인 기구를 활용하여 스쿼트나 런지, 카프 레이즈(뒤꿈치 들기) 같은 하체 운동을 꾸준히 시행해야 한다. 넘어지려고 할 때 몸을 받쳐줄 허벅지와 엉덩이, 종아리 근육을 키우는 것이다.
이와 동시에 균형감각 자체를 훈련해야 한다. 평소 한 발로 서서 10초 버티기, 제자리에서 눈 감고 걸어보기 같은 맨몸 운동은 잠들어 있던 발바닥과 관절의 고유수용성감각을 강하게 자극한다. 한 발 서기가 수월해진다면 천천히 체중을 이동하며 앞뒤로 움직이는 연습을 더해 운동 능력을 확장해 나가는 것이 좋다.
노화로 인한 낙상은 방지할 수 있다. 노화도 질병이라 생각하고 치료하려는 마당에 낙상은 두말하면 잔소리이다. 낙상을 방지하는 방법은 노화를 늦추는 것과 같다. 균형감각을 키우고 근육을 늘리는 운동만큼 나이듦을 막아줄 수 있는 것은 없다. 오늘부터 당장 외발서기와 하체운동을 시작해보자. 몸을 움직이면 당신의 뇌와 근육은 그에 걸맞는 방향으로 총기를 띄고 민첩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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