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부하검사나 조영제 기반 심장검사가 어려운 환자들도 맥박 파동 측정만으로 심장 혈관 상태를 예측할 수 있는 가능성이 제시됐다.
국내 연구팀이 사지동맥과 경동맥의 맥박 파동을 분석해 관상동맥질환 위험도를 평가하는 비침습 의료기기의 임상적 유용성을 확인하면서, 고령층과 신장질환 환자 등 기존 정밀검사 접근이 어려운 환자군의 새로운 선별검사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연세대학교 강남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이병권 교수와 상지대학교 소프트웨어학과 이상석 교수 연구팀은 최근 맥박 파동 기반 심혈관 진단기기 '코로나이저(Coronyzer, KH-3000)'의 정확도를 평가한 임상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관상동맥이 좁아지거나 막히는 관상동맥질환은 협심증과 심근경색, 돌연사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현재는 운동부하검사, 핵의학 검사, CT 혈관조영술 등이 사용되지만, 고령 환자나 신장기능 저하 환자, 조영제 부작용 위험군에서는 적용이 제한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하지 근육·관절 질환으로 운동 자체가 어려운 환자들도 적지 않아 보다 간편하고 안전한 선별검사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연구팀은 이러한 한계에 주목해 손목과 목 부위의 맥박 파동을 분석해 심장 혈관 상태를 예측하는 장비의 임상적 활용 가능성을 검증했다. 코로나이저는 혈관 내 혈류 흐름 저항과 혈관 탄성 정도를 반영하는 '저항(Resistance, R)'과 '순응도(Compliance, C)'를 측정해 관상동맥질환 위험도를 평가하는 방식이다.
연구는 두 단계로 진행됐다. 우선 협심증이 의심되는 환자 100명을 대상으로 코로나이저 검사를 시행한 뒤 실제 관상동맥조영술 결과와 비교하는 전향적 연구를 진행했다. 이후 실제 임상현장에서 코로나이저 검사를 받았던 환자 136명을 대상으로 후향적 검증 연구도 추가로 시행했다.
연구팀은 혈관 협착률이 50% 이상인 경우를 중증 관상동맥질환으로 정의했다. 분석 결과 전향적 코호트 연구에서 코로나이저의 민감도는 81%, 특이도는 89%로 나타났다. 즉 실제 질환 환자를 비교적 정확히 찾아내면서도 건강한 사람을 질환자로 오진할 가능성은 낮았다는 의미다.
후향적 검증 연구에서는 저항 수치(R > 1.24)와 순응도(C < 0.8)를 함께 분석했다. 두 지표 중 하나만 위험 범위에 들어가도 이상으로 판단하는 OR 규칙에서는 민감도가 높게 나타났고, 두 조건을 모두 충족할 때만 이상으로 판단하는 AND 규칙에서는 특이도가 높아졌다. 연구팀은 이를 통해 해당 장비가 선별검사와 보조 진단 도구로 활용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진단 성능을 평가하는 AUC(곡선하면적) 값이 0.69를 기록하면서 일정 수준 이상의 예측력을 확보한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정밀검사를 대체하기보다는 1차 의료기관 단계에서 위험군을 선별하고 추가 정밀검사 필요 여부를 판단하는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를 주도한 이병권 교수는 "체력이 약하거나 신장 기능 문제 등으로 기존 정밀검사를 받기 어려웠던 환자들도 비침습적으로 안전하게 검사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라며 "지역 의료기관에서도 심장질환 위험군을 조기에 선별해 필요한 환자를 빠르게 상급병원으로 연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방사선 노출과 조영제 사용이 없어 반복 검사도 가능해 예방 중심 심혈관 관리 체계 구축과 의료비 절감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 결과는 심장학 분야 국제학술지 American Heart Journal Plus: Cardiology Research and Practice 최신호에 「Non-invasive estimation of coronary resistance and compliance: Prospective diagnostic study vs. angiography」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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