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딩 없인 협상도 없다"… 의원급 수가협상 '상식 회복' 승부수
대개협, 수가협상 앞두고 "저수가 50년 더는 못버텨"… '강경 모드' 선언
"환산지수 쪼개기 반복땐 결렬 불사", 건보 재정·국고지원 구조 전면 비판
2027년도 요양급여비용(수가) 협상을 앞두고 의원 유형 협상단이 배수진을 쳤다. 지난 50여 년간 일차의료기관에 강요된 일방적인 희생과 결별하고, 단순한 인상률 수치를 넘어선 '상식의 회복'을 이뤄내겠다며 정부와 건강보험공단을 향해 강도 높은 압박에 나섰다.
특히 올해 협상의 핵심은 단순 인상률 경쟁이 아니라 '밴딩(추가소요재정) 확대'와 '환산지수 차등 적용 저지'라고 못 박으며 정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을 향한 수위를 끌어올렸다.
대한개원의협의회(회장 박근태, 이하 대개협)는 7일 2027년도 수가협상단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협상 방향과 핵심 요구사항을 공개했다. 올해 의원 유형 수가협상단은 박근태 대개협 회장을 단장으로, 강창원·안영진 대개협 보험부회장과 조정호 대한의사협회 보험이사로 꾸려졌다.
"밴딩 확대 없으면 협상 자체 의미없다"
박근태 회장은 모두발언을 통해 올해 수가협상의 최대 변수로 '밴딩 규모'를 지목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밴딩폭이라며, 밴딩을 늘리지 않으면 방법이 없다는 것.
박 회장은 "이번에는 공급자 단체들이 협상 전에 미리 만나 환산지수 차등 적용을 막고, 밴딩폭을 확대하는 데 힘을 모으기로 했다"며 "이제는 1등, 2등을 나눠 가져가는 구조가 아니라 서로가 윈윈할 수 있는 협상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의료계 내부에서 매년 제한된 추가소요재정을 두고 유형별 '줄 세우기' 방식 협상이 반복되면서 공급자 간 갈등만 심화됐다는 불만이 누적돼 왔다.
이를 두고 박 회장은 "단체들끼리 경쟁적으로 적은 재정을 나눠 갖는 구조로는 의료계 전체가 무너질 수밖에 없다. 올해는 공급자 단체들이 함께 밴딩 확대에 중점을 두고 협상에 임할 것"이라며 "이번 2027년 수가협상은 단순히 몇 퍼센트를 올리느냐가 아니라, 지역 의료와 1차 의료의 불씨를 살리는 생존의 문제"라고 협상에 임하는 무거운 책임감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물가와 최저임금이 큰 폭으로 오르는 동안 수가 인상률은 1~2%대에 머물렀다"며 "올해 우리의 마지노선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비정상적인 수가를 현실화하는 '상식의 회복' 그 자체"라고 강조했다.
협상단은 실질적인 밴딩 목표로 전년(1조3433억원) 대비 확대된 최소 '1조5천억원 이상'을 타 공급자 단체와 공조해 요구할 계획임을 밝혔다.
"50년 저수가 구조…의원급 한계 상황"
대개협은 현재 의원급 의료기관이 사실상 생존 위기에 놓여 있다고 진단했다.
박근태 회장은 "최저임금과 인건비, 임대료, 관리비가 모두 급등했지만 의원급 수가는 수십 년째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1차의료 붕괴는 더 이상 미래의 일이 아니라 이미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1977년 건강보험 도입 당시부터 원가 이하로 시작된 저수가 구조가 지금까지 이어지면서 의원급 의료기관의 희생만 반복돼 왔다"고 주장했다.
대개협에 따르면 그동안 수가 인상률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나 최저임금 인상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협상단은 이 같은 구조가 결국 과잉 진료와 비급여 확대를 유도하고, 필수의료 기피 현상까지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건보재정 적자론에 정면 반박… "30조 준비금 쌓고 공급자만 희생 강요"
건강보험 재정 운영 방식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건보공단 측이 올해 건보재정 적자 전환을 예고하며 고통 분담을 요구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도 협상단은 철벽 방어 논리를 세운 것.
조정호 보험이사는 "건강보험법상 정부가 일반회계와 건강증진기금에서 보험재정의 20%를 지원해야 함에도 이를 제대로 지킨 적이 없다"며 "정부가 법적 의무인 국고 지원은 방치하면서 한방 난임 등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사업에 재정을 낭비하고, 적자 책임만 공급자에게 떠넘기는 것은 결코 수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박근태 회장 역시 "정부가 상급병원 구조전환 등에는 10조원의 막대한 재정을 투입하면서 1차 의료 살리기에는 인색하다"며 "필수의료 붕괴를 막기 위해 정부가 진정성이 있다면 수가협상 테이블에서 숫자로 이를 증명해야 한다"고 거들었다.
"환산지수 쪼개기 재시도 땐 강경 대응, '전면 결렬'도 불사"
협상단은 지난해 의료계 반발을 불러온 '환산지수 차등 적용' 방식에 대해서도 강한 거부 입장을 재확인했다.
정부는 지난해 의원급 최종 인상률 가운데 일부만 환산지수에 반영하고, 나머지는 진찰료 등에 별도 배분하는 방식을 적용했다. 의료계는 이를 '환산지수 쪼개기'라고 비판하며 법적 근거가 불분명한 기형적 구조라고 반발해 왔다.
조정호 보험이사는 "환산지수 쪼개기는 법적 정의에 어긋나며, 필수의료를 수행하는 의원급에 막대한 손실을 초래했음이 데이터로 입증됐다"며 "올해 공단이 또다시 이 조건을 내건다면 협상 전면 결렬을 포함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협상단은 또 환산지수는 비용 상승분을 반영해 일괄 인상하고, 필수의료 보상은 별도의 정책 가산 재정(투 트랙)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점도 분명히 밝혔다.
특히 매년 반복되는 공단의 '깜깜이' 밴드 배정과 결렬 시 공급자에게만 가해지는 패널티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타 단체와의 연대도 강화할 방침이다.
강창원 보험부회장은 "공단은 밴딩 규모와 배분 원칙을 충분히 공개하지 않은 채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며 "이 같은 '깜깜이 협상' 구조는 공급자를 동등한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는 방식"이라고 비판했다.
안영진 보험부회장도 "협상이 결렬돼도 공단은 아무런 불이익이 없고 공급자만 피해를 떠안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객관적 조정 역할을 맡을 중재기구 도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개협은 끝으로 "결렬 그 자체가 목적은 아니지만, 수용 불가능한 희생이나 부대조건을 강요한다면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감정이 아닌 객관적 원가 데이터와 근거를 바탕으로 의원급 의료기관이 숨 쉴 수 있는 토대를 반드시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무엇보다 건강보험에 대한 국가 책임 강화를 위해 국고지원을 상향 조정할 필요성은 지속적으로 의료계가 요구하는 방향이며, 이번 수가협상에서 전향적으로 고려되기를 바란다"며 "지난 수가협상을 통해 일방적으로 요구되어 왔던 의료계의 저수가에 대한 감내의 노력이 이번 수가협상에서 어느 정도 보상이 이뤄지길 요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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