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산부인과학회가 분만 과정에서 발생하는 뇌성마비와 의료사고 문제를 둘러싸고 "의학적 실체에 기반한 사회적 논의와 국가 책임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불가항력적 분만 사고에 대해 국가가 책임을 분담하는 보상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며 필수의료 보호를 위한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대한산부인과학회는 지난 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분만과 뇌성마비: 의학적 사실과 상생 보상제도'를 주제로 국회 토론회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번 토론회는 소병훈 국회 보건복지위원장과 서미화 의원이 공동 주최했으며, 대한산부인과학회와 대한모체태아의학회가 공동 주관했다. 보건복지부와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도 후원기관으로 참여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뇌성마비 원인에 대한 최신 의학적 근거와 함께 분만 의료현장의 법적 부담, 국가 보상체계 필요성 등이 집중 논의됐다.
첫 번째 발표를 맡은 설현주 고려대 산부인과 교수는 "뇌성마비의 상당수는 태아 뇌 발달 이상과 유전·대사 질환, 감염 등 산전 요인에 의해 발생한다"며 "순수하게 분만 중 저산소증으로 발생하는 경우는 전체의 10~14% 수준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회적으로는 여전히 뇌성마비를 분만 과정의 과실로 단순 연결하는 인식이 강하다"며 "의학적 근거에 기반한 객관적 이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순민 연세대 소아청소년과 교수도 "신생아 뇌 손상은 출생 전 취약성과 분만 과정 스트레스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한다"며 "출생 직후보다 성장 과정에서 점진적으로 증상이 드러나는 경우도 많아 장기적·전문적 평가 체계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분만 관련 소송 증가와 고액 배상 판결 문제가 지적됐다.
유화진 변호사는 "최근 의료진의 제한적 과실에도 수억 원 규모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불가항력적 사고에 대해서는 국가가 책임을 분담하는 법적 안전망 구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환자 입장에서도 장기간 소송을 이어가기보다 국가가 치료비와 개호비를 지원하는 실질적 보상 체계가 마련되는 것이 더 현실적일 수 있다"며 "분만 인프라의 공익적 가치 보호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토론회 참석자들은 저출생 시대 필수의료 붕괴를 막기 위해 국가 역할 확대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재관 대한산부인과학회 이사장은 "일본과 대만처럼 불가항력적 분만 사고에 대해 국가가 일정 부분 책임을 분담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환자와 의료진 모두를 보호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에 학회도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박은수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장은 "의료진이 형사 책임 부담 속에서 진료를 기피하지 않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며 "중재를 통한 신속한 심의와 합의 문화가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곽순헌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 역시 "정부도 의료사고 보상에 대한 국가 책임 강화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며 "국회와 협력해 입법과 예산 확보 등 구체적 방안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대한산부인과학회는 앞으로 ▲불가항력 분만사고 국가책임 강화 ▲상생형 의료사고 보상체계 구축 ▲분만 인프라 보호 제도 개선 ▲의학적 근거 기반 대국민 인식 개선 등을 핵심 과제로 추진할 계획이다.
그러면 "안전한 분만 환경 유지는 국가적 과제"라며 "환자와 의료진이 공존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보상체계 마련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Copyright @보건신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