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접종이 가족의 방패'…'코쿠닝 효과'란?

[전문의 건강칼럼]
좋은강안병원 가정의학과 이가영 과장
여행·육아·노년 건강까지… 전 세대 맞춤 백신 전략 필요성 부각

해외여행을 앞둔 설렘, 손주를 처음 품에 안는 기쁨, 부모님의 건강한 노후까지. 우리 삶의 소중한 순간들을 위협하는 불청객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찾아온다. 흔히 예방접종을 '아이들의 전유물'로 생각하기 쉽지만, 위생 환경이 다른 국가로의 여행이나 면역력이 약한 가족과의 접촉을 앞두고 있다면 성인에게도 백신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최근 면역력이 약한 대상을 보호하기 위해 주변 사람들이 대신 백신을 맞아서 '누에고치(Cocoon)'처럼 보호막을 형성해 주는 '코쿠닝 효과'를 비롯해 전 세대를 아우르는 성인 예방접종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다.

동남아나 남미 등 위생 환경이 국내와 다른 곳으로 여행을 떠날 때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수인성 감염병이다. 특히 A형 간염은 오염된 음식이나 물을 통해 전파되는데, 위생 관념이 철저한 환경에서 자란 젊은 층일수록 오히려 항체가 없는 경우가 많아 성인 감염 시 증상이 더욱 심하게 나타날 수 있다. 또한 만성 간질환의 원인인 B형 간염 역시 혈액이나 체액을 통해 전파될 수 있어 접종 이력 확인 및 보완이 필수적이다.

최근 영국 등 유럽지역과 필리핀 베트남 동 동남아를 중심으로 기승을 부리는 홍역 또한 주의 대상이다. 홍역 유행 국가로의 출국을 계획하고 있다면 감염 예방을 위해 최소 2주 전에는 MMR(홍역·볼거리·풍진) 혼합 백신을 접종해 면역력을 확보해야 한다.

좋은강안병원 가정의학과 이가영 과장은 "즐거운 여행지가 질병의 온상이 되지 않도록 출국 최소 한 달 전에는 자신의 접종 이력을 확인하고 필요한 백신 스케줄을 잡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최근 맞벌이 부부가 늘면서 조부모가 아이를 돌보는 경우가 많아졌다. 손주를 돌보기 시작한 한 60대 할머니는 "백일해 예방 접종을 하셨나요?"라는 질문에 선뜻 답하지 못했다. 아이들이 맞는 주사라고만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세 가지 감염병을 동시에 예방하는 Tdap(파상풍·디프테리아·백일해) 백신이다. 심한 발작성 기침을 유발해 영유아에게 폐렴이나 뇌 손상을 일으킬 만큼 치명적인 백일해는 주로 가족을 통해 감염되기 때문이다. 성인에게는 비교적 가볍게 지나갈 수 있으나 면역력이 약한 영아에게는 중증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신체 노화가 진행되는 중장년층은 면역 저하로 인한 합병증에 취약해진다. '통증의 제왕'이라 불리는 대상포진은 18세 이상의 면역 저하자와 50세 이상에서 예방 접종이 중요하다. 어릴 적 앓았던 수두 바이러스가 몸속에 숨어 있다가 면역력이 떨어질 때 고개를 들며 심한 신경통을 동반할 수 있기 때문이다.

65세 이상에선 치사율이 높아지는 호흡기 감염 예방을 위해 4대 백신을 잘 챙겨야 한다. 독감 백신, 코로나19 백신, 폐렴구균 백신과 함께 최근 중요성이 강조되는 RSV(호흡기 세포융합 바이러스) 백신이 그것이다. 단순한 감기인 줄 알았던 질환이 중증 폐렴이나 패혈증, 뇌수막염 같은 심각한 합병증으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한 필수 선택이다.

바쁜 사회생활을 하는 20~40대는 본인의 건강을 과신하기 쉽지만 통계적으로 보면 예방접종의 '면역 공백' 지대에 놓여 있다. 과거 국가 예방접종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던 백신이 존재하거나, 접종 후 시간이 흐르면서 면역 방어력이 자연스럽게 약화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A형·B형 간염은 물론 남녀 모두에게 암 예방 효과가 있는 HPV(사람유두종바이러스) 접종 등 활동량이 많은 젊은 시기에 챙길수록 그 효과가 극대화된다. 다시 말해 건강할 때 미리 방어력을 갖추는 것이야말로 미래의 의료 비용과 시간을 아끼는 현명한 투자라는 것이다.

이가영 과장은 "성인 예방접종은 개인 건강을 넘어 가족과 주변을 보호하는 중요한 수단"이라며 "생활 환경과 건강 상태에 맞는 맞춤형 접종 계획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백신 종류에 따라 접종 시기와 방법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의료진과 상담을 통해 적절한 예방접종을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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