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상적인 과다 의료 이용 행태를 막기 위해 정부가 '실시간 감시' 카드를 꺼내 들었다.
여러 병원을 돌며 과다하게 진료를 받아도 몇 달 뒤 청구 시점에서야 파악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진료 단계에서 실시간으로 중복 여부를 확인해 선제적으로 차단하는 조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실시간 의료이용 관리 제도'를 도입해 의료진이 진료 단계에서 환자의 누적 이용 횟수를 즉시 확인할 수 있도록 할 전망이다.
안유미 적정의료이용추진본부 단장은 28일 전문기자단 간담회에서 "현행 사후 심사 체계로는 환자가 같은 날 여러 병원을 돌며 동일 시술을 받는 '의료 쇼핑'을 막는 데 한계가 있다"며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밝혔다.
실제로 심평원의 2023년 외래 이용 분석에 따르면, 연간 150회 이상 병원을 찾는 과다 이용자는 약 12만 명(0.2%)으로, 이들이 사용하는 진료비는 연간 7323억 원에 달한다. 특히 하루에 병원 5곳을 돌며 신경차단술을 받는 등 극단적인 사례도 확인됐다.
심사평가원은 이번 제도가 의료계를 옥죄는 새로운 규제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안유미 적정의료이용추진본부 단장은 "의사가 환자의 이력을 몰라 본의 아니게 급여 기준을 초과하고 사후에 삭감당하는 행정적 부담을 막아주는 '네비게이션'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심평원은 고빈도 이용이 확인된 ▲신경차단술 ▲한방 시술 ▲기본 물리치료 등을 우선 관리 대상 후보군으로 정했다. 의료계·학계·시민단체가 참여하는 '적정의료이용심의위원회'를 통해 관리 항목을 투명하게 선정함으로써 의학적 타당성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시스템은 미국 CMS(공공의료보험관리기관)가 부적절한 서비스를 절감하기 위해 도입한 'WiSeR 모델'과 유사한 형태다. 정부는 이미 지난 2025년 12월 '국민건강보험법'을 개정해 시스템 구축을 위한 법적 기반을 마련했다.
심평원은 올해 상반기 입법 예고를 거쳐 7~8월 중 심의위원회를 발족할 예정이다. 이후 11월부터 두 달간 시범 운영을 통해 시스템 안정성을 점검한 뒤, 2027년 1월부터 본격적인 시행에 들어간다.
다만 의료 현장에서는 진료 거부에 따른 환자 민원 발생과 의료진의 업무 부담 증가가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안 단장은 "실시간 시스템은 의료 위험을 최소화하고 국민 의료비 부담을 완화하는 핵심 장치가 될 것"이라며 "요양기관과 소프트웨어 업체의 적극적인 참여와 협조가 제도의 성공적인 안착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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