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약품안전처가 자가검사용 체외진단의료기기 품목 확대를 추진하자 의료계가 강한 우려를 표하고 나섰다. 코로나19 이후 증가한 자가검사 수요를 반영한 정책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진단의 정확성과 감염병 관리 체계의 연속성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제도 도입은 국민 건강과 공중보건에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식약처는 지난 3월 25일 '체외진단의료기기 품목 및 품목별 등급에 관한 규정' 일부개정고시안을 통해 자가검사용 호흡기 바이러스 면역검사시약, 성매개감염체 면역검사시약, 마약류 물질대사검사시약 등 3개 품목을 신설하는 방안을 행정예고했다.
이와 관련해 대한개원의협의회는 "자가검사 확대 흐름 자체를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진단이 단순한 검사 행위를 넘어 의료적 판단과 치료, 신고 및 역학관리로 이어지는 '연속적 의료행위'"라고 강조했다.
특히 정확도가 충분히 담보되지 않은 자가검사 키트가 확대될 경우 ▲위음성에 따른 치료 지연 ▲공중보건 감시망 약화 ▲검사 결과 오독에 따른 사회적 혼란 등 복합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다.
대개협에 따르면 실제 호흡기 감염병 진단의 경우 검체 채취 방식이 정확도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인플루엔자나 코로나19는 비인두 깊숙한 부위에서 검체를 채취해야 하나, 일반인의 자가 채취는 검체의 질과 양 확보에 한계가 있어 검사 민감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 인플루엔자는 발병 후 48시간 내 항바이러스제 투여 여부가 치료 결과를 좌우하는 만큼, 위음성으로 인한 진료 지연은 중증 합병증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코로나19 유행 당시 자가검사 한계는 이미 확인된 바 있다. 2022년 오미크론 유행기 국내 연구에서는 자가검사 키트의 위음성률이 28.4%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증상이 있음에도 음성 결과를 근거로 일상생활을 지속해 지역사회 전파로 이어진 사례가 다수 보고됐다. 자가검사 결과가 공식 신고 체계에 반영되지 않으면서 감염 규모 파악에도 어려움이 있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대개협은 "성매개감염체 자가검사시약 역시 한계가 뚜렷하다"며 "국제 표준 진단 알고리즘을 충족하지 못할 뿐 아니라 민감도가 낮아 무증상 감염자 진단율이 크게 떨어진다. 이에 따라 감염자가 음성으로 오인해 성접촉을 지속할 경우 감염 확산을 부추길 수 있으며, 반대로 위양성은 불필요한 불안과 의료 이용 증가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와함께 성매개감염병 특성상 자가검사 결과 은폐 및 신고 회피 가능성도 높아 감시체계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마약류 자가검사시약 도입과 관련해서도 악용 가능성이 제기됐다. 일반 소비자가 쉽게 접근할 경우 검사 결과를 통해 단속 회피 여부를 사전에 판단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대개협은 성매개감염체 시약은 3등급, 마약류 검사시약은 2등급으로 분류된 점에 대해 합리적 기준이 제시되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자가검사 확대가 '확진-치료-신고-관리'로 이어지는 감염병 대응 체계를 단절시킬 수 있다는 점을 가장 큰 문제"라며 "자가검사 결과는 법정 감염병 신고 대상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자가검사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실제 감염 규모와 유행 양상 파악이 어려워지고 방역 정책의 정확성도 저하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감염병 관리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이라는 점에서 자가검사 확대는 공적 방역 책임을 개인에게 전가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임상적 유효성과 품질 관리가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제도가 도입될 경우 의료 현장의 혼선과 국민 불안이 가중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대개협은 "진단의 정확성, 공중보건 감시체계의 완결성, 치료 연계의 적시성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자가검사 품목을 확대하는 것은 국민 건강권을 침해하고 국가 방역체계에 심각한 공백을 초래할 수 있다"며 "충분한 검토와 협의를 거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Copyright @보건신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