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사 '처방' 허용, 환자 안전 위협"… 의협, 강력 반발

돌봄통합지원법 취지 역행 지적…"책임 구조 혼란·의료체계 붕괴 우려"

의료계가 의료기사 업무 범위를 '지도'에서 '처방·의뢰'까지 확대하는 의료기사법 개정안에 대해 "환자 안전을 위협하는 위험한 입법"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특히 통합돌봄 정책과 연계된 방문재활 확대 명분에 대해서도 "시기상조"라며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다.

문제가 된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은 2025년 10월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으로, 기존 의사 또는 치과의사의 '지도' 하에서만 가능했던 의료기사 업무를 '지도 또는 처방·의뢰'만으로도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와 관련해 대한의사협회(회장 김택우)는 이번 개정안이 의료행위의 근간을 흔드는 조치라고 지적했다. 현행 의료체계는 의사의 전문적 판단과 책임을 기반으로 운영되는데, '처방'만으로 의료기사의 업무 수행을 허용할 경우 의사의 감독 기능이 약화되고 의료기사의 사실상 독자적 의료행위 가능성이 열릴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환자 안전 측면에서의 우려를 강하게 제기했다. 의협은 "의사의 직접적인 지도·감독이 없는 상황에서는 환자 상태 변화에 대한 즉각적인 공유와 대응이 어려워진다"며 "예기치 못한 상황 발생 시 적절한 의료적 조치가 지연되거나 불가능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책임 소재 문제도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처방 이후 의료기사의 업무 수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의료사고에 대해 책임 주체가 불분명해질 수 있으며, 이는 환자 보호 측면에서도 심각한 문제라는 것. 

법안 발의 측이 통합돌봄 정책과 방문재활 확대 필요성을 근거로 제시한 데 대해서도 반박이 이어졌다.

의협은 "정부 시범사업을 통해 의사의 '지도' 체계만으로도 방문재활이 충분히 운영 가능하다는 점이 이미 확인됐다"고 밝혔다.

실제로 2024년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원이 시행한 재활의료기관 시범사업에서는 전화와 온라인 플랫폼 등을 활용한 양방향 소통 방식으로 의사의 지도 체계가 적용된 바 있다. 물리·작업치료사 등 방문재활 인력이 현장에서 활동하면서도 의료진과의 실시간 소통이 가능했던 구조다.

또한 정부의 통합돌봄 정책 일정과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발표한 로드맵에 따르면 방문재활 서비스는 단기간 내 전면 시행되는 것이 아니라 중장기 단계에서 도입될 예정으로, 현재는 제도 설계와 기반 구축이 우선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의협은 '처방' 개념 도입 대신, 기존 '지도'의 범위를 확장하는 대안을 제시했다. 의료기관 외 환경에서도 의사의 지도·감독이 가능하도록 제도적 장치를 보완하는 방식이 환자 안전을 확보하면서도 통합돌봄 취지를 살릴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이라는 주장이다.

의협은 "의료체계는 명확한 책임 구조 위에서만 안전하게 작동할 수 있다. 의사의 지도와 감독이 배제된 의료행위는 결국 국민 피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통합돌봄체계 안착과 방문재활 활성화에는 적극 협력할 것이며, 의료 질서를 훼손하는 왜곡된 입법 시도에 대해서는 단호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김아름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카카오톡
  • 네이버
  • 페이스북
  • 트위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