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스펙트럼 장애 아동을 양육하는 부모 10명 중 3명이 임상적으로 유의한 수준의 정신건강 문제를 겪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는 국내 일반 성인의 정신질환 유병률보다 3배 이상 높은 수치로, 자폐 아동뿐만 아니라 부모를 포함한 가족 단위 지원의 필요성이 제기다.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유희정 교수팀은 자폐 아동 232명과 그 부모 464명을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 및 심리학적 평가를 실시한 결과, 부모의 29.1%가 우울증, 불안, 외상 후 스트레스(PTSD), 수면 문제 등을 겪고 있음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에서 특히 주목할 점은 부모가 겪는 스트레스의 주요 원인이 아동의 행동 문제보다는 부모 자신이 타고난 '광의의 자폐 성향'에서 기인한다는 사실이다.
광의의 자폐 성향이란 사회적 상호작용에 대한 낮은 흥미, 일정한 규칙 선호, 대화 맥락 파악의 어려움 등 가족 내에서 공유될 수 있는 신경 발달적 특성을 의미한다. 연구팀은 부모에게 이러한 성향이 있을 경우 자녀와의 상호작용 과정에서 비언어적 신호를 이해하는 데 더 큰 어려움을 겪으며, 이것이 정신건강을 취약하게 만드는 핵심 요인이 된다고 분석했다.
정신건강 유병률은 성별에 따라서도 차이를 보였다. 여성(어머니)의 유병률은 35.3%로 남성(아버지)의 22.8%보다 높게 나타났다. 어머니는 주로 불안, 우울, PTSD를 호소한 반면, 아버지는 중독 증상에서 높은 유병률을 보였다.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요인 또한 달랐다. 아버지는 아동의 공격성이나 충동성 등 외적으로 드러나는 행동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했으나, 어머니는 아동의 우울감이나 정서 조절 어려움 등 심리적 문제에서 더 큰 스트레스를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팀은 이번 결과를 바탕으로 현재 자폐 아동에게만 집중되어 있는 지원 프로그램을 부모에게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모의 심리적 안정은 결국 자녀의 발달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유희정 교수는 "그동안 자폐스펙트럼 장애 정책에서 부모의 정신건강과 삶의 질은 간과되어 왔다"며 "부모의 심리적 안정은 아동의 정서 및 행동 발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지원 계획은 반드시 가족 단위로 설계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자폐 및 발달장애 학술지(Journal of Autism and Developmental Disorders)'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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