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회용 주사기와 수액세트 등 필수 의료 소모품의 수급 불안이 이어지는 가운데, 대한내과의사회가 이를 '국가적 위기 상황'으로 규정하고 정부의 즉각적인 대응을 촉구하고 나섰다. 단순한 일시적 품귀 현상이 아닌 글로벌 공급망 불안에서 비롯된 구조적 문제인 만큼, 국가 차원의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대한내과의사회는 9일 공식 입장문을 통해 최근 의료 현장에서 발생하고 있는 필수 소모품 공급 차질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하며, 정부와 언론의 인식 전환과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을 강하게 요구했다.
의사회는 먼저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으로 국제 정세에 따른 원자재 수급 불안을 지목했다.
미국과 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 고조로 원유 공급이 불안정해지면서 석유화학 산업 전반이 영향을 받고, 그 여파가 의료용 플라스틱 제품 생산 차질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특히 나프타 공급 불안이 장기화되면서 주사기, 수액세트 등 필수 소모품 생산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해 의사회는 "현재의 공급 위기는 특정 집단의 문제가 아니라 국제 공급망 붕괴에서 비롯된 구조적 문제"라며 "이를 일부 의료기관의 행위로 단순화하는 것은 사태의 본질을 왜곡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부 언론에서 제기된 의료기관의 '사재기' 의혹에 대해서도 강하게 반박했다.
내과의사회는 "현장은 사재기는커녕 정상적인 경로를 통한 최소 물량 확보조차 어려운 상황"이라며 "공급 자체가 끊긴 상태에서 의료기관을 부도덕한 집단으로 매도하는 것은 현실을 외면한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정부 대응의 한계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의사회는 보건복지부와 관계 부처가 필수 의료 소모품을 국민 생명과 직결된 '국가 전략 물자'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으며, 선제적인 공급망 관리에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단순 모니터링 수준의 대응으로는 현장의 위기를 해소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내과의사회는 ▲필수 의료 소모품 국가 비축 제도 도입 ▲생산 기업에 대한 긴급 지원 및 생산 확대 ▲수입 절차 간소화와 물류·관세 지원 ▲의료기관 대상 과도한 조사 및 규제 중단 등 네 가지 핵심 대책을 정부에 제안했다.
이와함께 "의료 소모품은 진료의 가장 기본적인 인프라이자 국민 생명과 직결된 필수 자원"이라며 "공급망이 무너질 경우 의료체계 전반이 흔들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의료계는 어떤 상황에서도 진료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지만,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정부와 언론이 사태의 본질을 직시하고 책임 있는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Copyright @보건신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