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 내성 6명 중 1명 꼴… 2050년엔 연간 900만 명 사망 위기

'돈 안 되는' 신약 개발 정체 속 AI가 새로운 돌파구로 부상

세계적으로 항생제 내성(AMR)이 빠르게 확산하면서 감염 치료 실패가 증가하는 수준을 넘어 수술과 항암치료 등 필수 의료행위 전반의 안전성까지 위협받으며, 이른바 인류가 항생제 발견 이전으로 회귀하는 '포스트 항생제 시대'가 목전의 위협으로 다가온 가운데, 정체된 개발 생태계를 재편할 최후의 보루로 인공지능(AI)이 급부상하고 있다.

최근 국가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가 발표한 WHO 글로벌 감시체계(GLASS) 분석 결과에 따르면, 2018~2023년 사이 항생제-병원체 조합의 40% 이상에서 내성률이 증가했다. 2023년 기준 세균 감염의 약 16~17%는 기존 항생제가 듣지 않는 내성 감염이었으며, 일부 지역은 내성률이 70%에 달했다.

사망 구조도 변화하고 있다. 항생제 내성 관련 전체 사망은 2021년 약 495만 명에서 2050년 최대 900만 명 수준까지 폭증할 전망이다. 특히 내성이 직접적인 사인이 되는 사망도 2050년에는 2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치료 가능한 감염이 불치병으로 전환되며 사망 비중이 구조적으로 높아지는 '이중 리스크'에 직면했다고 분석한다.

내성 위기가 고조되고 있음에도 신약 개발은 정체 상태다. 항생제는 처방 기간이 7~14일로 짧은 데다, 내성 확산을 막기 위해 사용을 최소화하는 '항생제 스튜어드십' 정책으로 인해 수익성이 매우 낮기 때문이다.

실제로 항생제는 출시 후에도 매출이 연간 수억 달러 수준에 머무는 경우가 많아, 제약업계에서는 '블록버스터' 성장이 어려운 구조로 평가된다. 이로 인해 필수 의약품임에도 불구하고 투자 우선순위에서 밀려나는 실정이다.

이러한 한계를 돌파할 대안으로 인공지능(AI) 기반 항생제 탐색이 주목받고 있다. AI는 DNA, 단백질 서열, 분자 구조 데이터 등을 학습해 특정 병원체에 효과가 높은 분자 구조를 예측·설계한다.

이미 가시적인 성과도 나오고 있다. AI로 발굴된 '할리신(Halicin)'은 기존 항생제와 다른 작용기전을 통해 내성균에 항균 효과를 보이며 가능성을 입증했다. 또한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연구팀은 AI를 활용해 고대 생물의 유전정보까지 분석, 새로운 항균 펩타이드(AMP)를 발굴하는 등 탐색 범위를 획기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하지만 AI 기반 후보물질 발굴이 곧 '신약 탄생'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발굴된 물질이 실제 환자에게 쓰이기까지는 혹독한 임상시험과 대량 생산 공정 구축, 각국의 복잡한 규제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과정에서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지만, 앞서 언급한 낮은 수익성 탓에 민간 투자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따라 보고서는 AI 기술 지원과 병행하여 ▲공공 R&D 투자 대폭 확대 ▲항생제 전용 시장 인센티브 도입 ▲구독형 구매 모델(일명 파스퇴르 모델) 적용 등 국가 차원의 파격적인 보상 체계 개편이 수반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결국 '포스트 항생제 시대'의 재앙을 막기 위해서는 AI라는 기술적 열쇠와 함께, 이를 뒷받침할 정부의 전략적 산업화 의지가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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