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위 대신 집행부 택한 의협… "분산 아닌 단일대오로 간다"

임총서 비대위안 77.6% 반대… 대의원회 "효율·합법적 투쟁" 주문
정부의 의대증원 '정치적 폭거'로 규정해… 의정협의체 역할도 주목

의과대학 정원 증원에 대응하기 위한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안이 임시대의원총회에서 부결됐다. 

대의원회는 투쟁 동력 분산보다 집행부 중심의 단일 지휘체계를 선택하며, 범대위와 의정협의체를 통한 합법적·단계적 대정부 대응에 무게를 실었다.

특히 범대위 체계를 유지하며 합법적이고 단계적인 대정부 투쟁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는 28일 '2026년도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의대 증원과 관련된 비상대책위원회 설치의 건'을 상정했으나, 재석 대의원 125명 중 찬성 24표, 반대 97표, 기권 4표로 부결됐다. 반대가 77.6%에 달했다.

총회에 앞서 김교웅 대의원회 의장은 개회사를 통해 잦은 임총 소집에 대한 반성과 함께 냉철한 판단을 당부했다.

김교웅 대의원회 의장

김 의장은 "대의원회 운영위원회가 초유의 임총을 발의한 것은 의대 정원 발표에 대한 회원과 대의원들의 분노가 그만큼 크다는 방증"이라면서도 "분노 표출로 끝낼 것이 아니라 이성과 지혜를 모아 최선의 방법을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택우 회장

김택우 회장도 모두발언을 통해 "의대 증원이라는 중대한 사안과 관련해 회원 여러분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점에 대해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사과의 뜻을 표했다.

그러면서 "복지부가 협회가 요구한 의정협의체 구성에 수용 입장을 밝힌 만큼, 3월 출범을 목표로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김 회장은 "의정협의체를 통해 필수의료 및 기피과 적정 보상, 의료사고 형사처벌 면책 법제화, 면허취소법 개선 등 주요 현안을 반드시 관철하겠다"며 "분열이 아닌 단합으로 의료체계의 근간을 지켜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함께 새롭게 가동될 의정협의체를 통해 필수의료 및 기피과 적정 보상, 사법 리스크 완화 등을 관철하고, 전공의와 의대생들을 위한 군 복무기간 단축, 부실 교육 방지, 수련 연속성 보장 등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비대위 신설보다 단일 지휘체계"… 집행부에 힘 실어

이날 김교웅 의장은 임총 직후 백브리핑을 통해 "긴급 임총이 소집된 것 자체가 의대 정원 증원에 대한 회원들의 강한 분노를 보여준다"면서도 "새로운 비대위를 만들어 힘을 분산시키기보다는 집행부를 중심으로 하나로 대응하자는 뜻이 반영된 결과로 본다"고 해석했다.

대의원회는 단순 집회나 궐기대회에 그치는 방식이 아니라, 장기적이고 실질적인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 의장은 "총파업 등 전면적 수단은 현 상황에서 부담이 크다"며 "범대위 등 투쟁기구에서 효율적이고 합법적인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의료수급추계위원회 논의 과정에서 증원 규모가 일부 조정된 사례를 언급하며 "자료에 근거한 이의 제기와 정책 협의가 실제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의정협의체, 무늬만 돼선 안 돼"…능동적 참여 주문

대의원회는 집행부에 의정협의체를 비롯한 공식 협의 창구를 적극 활용할 것을 주문했다.

김영준 부의장은 "의료 현안을 실질적으로 해결하려면 의료계 전문가 의견이 충분히 반영돼야 한다"며 "정부 안에 수동적으로 끌려가는 협의체가 아니라, 능동적으로 제안하고 영향을 미치는 구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총 과정에서 일부 대의원들의 추가 임총 발의 가능성도 거론됐으나, 의장단은 "정관에 따른 대의원 고유 권한인 만큼 예단하기 어렵다"면서도 "반복적인 임총 개최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 성찰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한편, 이날 대의원회는 별도 결의문을 채택하고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정책을 '의료 붕괴를 초래하는 정치적 폭거'로 규정했다. 이어 집행부가 범대위를 중심으로 모든 수단을 동원해 강력한 투쟁에 나설 것을 의결했다.

결의문은 △회원 총의를 기반으로 한 단일 대응 △명확한 로드맵에 따른 단계적 대정부 압박 △의료 수호를 위한 강력한 행동 수단 검토 등을 집행부에 주문했다. 아울러 "증원 강행으로 인한 의료 시스템 마비와 국민 피해의 책임은 전적으로 정부에 있다"고 밝혔다.

비대위 구성은 무산됐지만, 의료계 내부의 긴장과 정부 정책에 대한 반발 기류는 여전한 상황이다. 의협 집행부가 의정협의체와 범대위를 통해 어떤 실질적 성과를 도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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