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허 박탈로는 지역의료 못 살려"… 지역의사제 구조개편 촉구

의료계 '의료전달체계 개혁 우선' 한목소리…공보의 활성화 등 현실적 대안 제시

의사를 면허 박탈과 장기 의무복무로 묶어두는 방식으로는 지역의료 붕괴를 막을 수 없다는 의료계의 강한 비판이 제기됐다. 정부가 2026년 시행을 목표로 추진 중인 지역의사제가 의료전달체계 왜곡과 필수의료 보상체계 미비라는 구조적 문제를 외면한 채 '인력 숫자 채우기'와 '징벌적 통제'에만 치중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은 25일 의협회관에서 '지역의사제도 이대로 괜찮은가?'를 주제로 정책포럼을 열고, 현행 법안의 한계를 짚으며 의료전달체계 개혁과 공중보건의 제도 활성화 등 근본적 대안 마련을 촉구했다.

정부는 2026년 2월 시행을 목표로 '지역의사 양성 및 지원 등에 관한 법률(지역의사법)'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이날 포럼에서는 현행 법안이 의료전달체계 개편 등 근본 대책 없이 의사 수 확대와 강압적 제재에 치중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10년 의무복무·면허취소, 전형적 탁상행정"

발제에 나선 김창수 의협 정책이사는 지역의사법을 "지향점과 수단이 불일치한 전형적 탁상행정"이라고 비판했다.

현행안은 10년 의무복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의사면허를 취소하고, 잔여 기간 동안 재교부를 제한하며 장학금을 법정이자까지 포함해 전액 환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김 이사는 "이는 장학금 반환으로 의무를 면제하는 대만의 바이아웃 제도나, 전문의 자격 제한 등 간접 제재를 활용하는 일본과 대비된다"며 "과도한 징벌적 제재는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할 뿐 아니라 '억지로 배치된 의사'라는 낙인 효과로 환자들의 수도권 쏠림을 오히려 가속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이사는 지속 가능한 지역의료를 위해 네 가지 선결 조건을 제시했다. 우선 진료의뢰서만으로 상급종합병원 이용이 가능한 구조를 개선하는 의료전달체계 개혁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이와함께 필수의료의 가치를 반영한 혁신적 수가 보상체계 도입과 지방의료원을 스마트병원으로 육성해 양질의 수련·근무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마지막으로는 중앙정부 중심 통제를 넘어 지자체와 전문가가 참여하는 분권형 거버넌스 확립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공보의 처우 개선이 즉각적 대안"

이어 발제에 나선 전남대학교 의과대학 김유일 교수(대한의학회 정책이사)는 지역의사제가 성공하려면 기존 인력의 효율적 활용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중진료권 단위의 세분화된 모집·배치는 형평성 문제와 전공 불일치를 초래할 수 있다"며 "광역 단위 대진료권 중심으로 모집 범위를 확대하고, 정교한 배치 기준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환자의 수도권 쏠림을 막기 위해 과거 폐지된 의료보험 진료권 제도 부활을 검토하고, 경증 질환의 수도권 병원 이용 시 본인부담률을 상향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한 명 양성에 수억 원이 투입되는 지역의사제보다, 이미 양성된 공중보건의사의 복무 기간 단축 등 처우를 개선해 연간 1000명 이상을 확보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고 경제적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포럼 참석자들은 의사를 억지로 묶어두는 징벌적 규제에 얽매일 것이 아니라 의사가 스스로 지역에 남고 싶게 만드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지역의료 부활의 진정한 열쇠라는 데 입을 모았다. 끝으로 김창수 이사와 김유일 교수는 정부가 무의미한 숫자 늘리기라는 환상에서 벗어나 지역 의료 생태계의 자생력을 회복하는 근본적인 체계 개편에 즉각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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