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간병통합서비스 도입 10년. 환자와 보호자 부담을 줄였다는 정책 성과 이면에서 간호조무사들은 "이러다 내가 먼저 쓰러질 판"이라며 구조적 과부하를 호소하고 있다.
야간에는 10명 중 6명이 홀로 병동을 지키고, 3명 중 1명은 1년 내 이직을 고민하는 등 인력 공백과 환자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한간호조무사협회(회장 곽지연)와 국민의힘 '정책과 미래' 소속 의원들이 지난 2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공동 개최한 '간호·간병통합서비스 10년, 간호조무사가 바라본 제도 개선 국회 토론회'에서는 현장의 실태가 구체적 수치로 공개됐다.
이날 발표된 '병동 간호조무사 근무 현황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90.2%가 환자 이송과 환경 정리 등 병동지원인력 업무를 병행하고 있었고, 70.7%는 간호사 업무 일부까지 수행 중이라고 답했다. 간호조무사가 간호사와 병동지원인력 사이에서 사실상 '이중 부담'을 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야간 근무 환경은 더욱 열악했다. 야간에 간호조무사 1인이 병동 전체를 맡는다는 응답이 61.0%에 달했고, 야간 지원인력이 전혀 없는 병동도 41.5%에 이르렀다. 응급 상황 발생 시 즉각적 대응이 어려운 구조라는 점에서 환자 안전 관리 체계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평가다.
보상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응답자의 41.8%가 연봉 3000만원 미만의 저임금 상태였으며, 정부 성과평가 인센티브에서 간호조무사만 배제되는 사례도 확인됐다. 그 결과 숙련 인력의 33.4%가 1년 이내 이직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곽지연 회장은 "엄연한 간호인력임에도 10년째 '잡무 담당자' 취급을 받고 있다"며 "식사조차 제때 하지 못하는 환경과 고용 불안을 해소하고, 전문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근무 여건을 마련해달라"고 호소했다.
정치권도 제도 개선 필요성에 공감했다. 조정훈 의원은 "간호·간병통합서비스는 사람의 손길로 유지되며 그 중심에 간호조무사가 있다"며 제도적 보완을 약속했다. 한지아 의원과 조지연 의원 역시 과중한 업무 대비 낮은 보상 현실을 지적하며 인력 배치 기준과 보상 체계 개선을 강조했다.
발제를 맡은 사창우 정책국장은 "업무 범위가 모호한 상태에서 책임만 가중되고 있다"고 지적했고, 이주열 남서울대 교수는 "환자 중증도뿐 아니라 간호 필요도를 함께 반영한 맞춤형 인력 배치 기준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통합병동은 간호조무사 1인당 환자 12명, 중증환자 전담실은 8명 수준으로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구체적 방안도 제시됐다.
좌장을 맡은 안덕선 의료정책연구원장은 현장의 구조적 문제를 짚으며 제도 개선 논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보건복지부 하태길 과장은 "인력 배치 기준과 근무 환경 개선 필요성에 공감한다"며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업무 범위 정비와 처우 개선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초고령사회 진입과 함께 간병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현장 인력의 이탈은 곧 의료·간병 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다. 통합서비스 10년의 성과를 지속 가능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사람'에 대한 투자와 구조 개편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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