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에서 스마트폰을 오래 사용하는 습관이 치질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전문가 경고가 나왔다. 변기에 장시간 앉아 있는 행위 자체가 항문 정맥 압력을 높여 '항문 쿠션' 구조를 손상시킬 수 있어, 배변 시간은 5분 이내로 제한하는 '5분 원칙'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배병구 외과센터장은 "인류가 직립보행을 하면서 중력에 의해 혈액이 아래로 쏠리는 구조적 한계를 갖게 됐다"며 "항문 정맥은 다리 정맥과 달리 역류를 막는 판막이 없어 혈액이 쉽게 정체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치질은 치핵·치열·치루·항문농양 등을 포괄하는 항문 질환의 통칭이다. 이 가운데 가장 흔한 치핵은 항문 안쪽의 혈관·근육·결합조직이 모여 있는 '항문 쿠션'이 압력 증가로 비정상적으로 부어오르거나 아래로 내려앉는 상태를 말한다.
의학적으로는 '골리거 분류'에 따라 1~4기로 나뉜다. 1기는 출혈이 주증상이지만, 3~4기로 진행하면 쿠션을 지지하는 구조가 늘어나거나 손상돼 생활습관 교정만으로는 회복이 어렵다.
전문가들은 치질의 본질을 단순 혈관질환이 아닌 '압력 관리 실패'로 본다. 변비·설사로 과도하게 힘을 주거나, 변기에 오래 앉아 있는 습관이 복압을 높여 항문 정맥에 직접적인 부담을 준다는 것이다.
항문 출혈은 치질의 대표 증상이지만, 동시에 대장암의 신호일 수 있다. 특히 직장 하부에 발생한 암은 치질과 마찬가지로 선홍색 출혈을 보일 수 있어 증상만으로 구분하기 어렵다.
배 센터장은 "45세 또는 50세 이상에서 이전에 없던 항문 출혈이 새롭게 발생했다면 단순 치질로 넘겨선 안 된다"며 "출혈 색깔만으로 암과 치질을 구분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며, 반드시 대장내시경 검사를 통해 감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만성 음주는 간 기능 저하와 문맥압 상승을 통해 정맥 압력 시스템을 약화시킬 수 있다. 여기에 변비 등으로 순간적인 복압이 더해지면 항문 쿠션 손상 위험이 높아진다.
장시간 좌식 생활 역시 주요 원인이다. 오래 앉아 있으면 하체 근육의 펌프 기능이 떨어져 정맥 혈류가 정체된다. 특히 좌식 변기에서 스마트폰을 보며 오래 머무는 습관은 복압을 지속적으로 높인다.
전문가들은 화장실 이용 시간을 5분 이내로 제한하고, 배변 후 즉시 일어나는 습관을 들이는 것만으로도 항문 정맥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조언한다.
치핵 수술은 전통적 절제술, 원형 자동봉합기 수술(PPH), 도플러 유도 동맥결찰술(DGHAL) 등으로 나뉜다.
전통적 절제술은 재발률이 낮지만 통증과 회복 기간 부담이 크다. PPH는 통증이 상대적으로 적고 회복이 빠르나 장기 재발 위험이 다소 높다는 보고가 있다. 동맥결찰술은 초음파로 혈관을 찾아 묶는 최소침습 방식으로 재발률은 중간 수준으로 평가된다.
전문가들은 "어떤 수술이 가장 좋은가"보다 "환자가 무엇을 더 우선시하는가"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수술 후 통증 최소화인지, 장기 재발 가능성 감소인지에 따라 선택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항문질환은 단순 국소 질환이 아니라 생활습관과 밀접한 '생활 시스템 질환'에 가깝다. 수술은 이미 손상된 구조를 복원하는 과정일 뿐, 습관이 바뀌지 않으면 재발 위험은 남는다.
배 센터장은 "5분 원칙 준수, 주기적인 미니 스쿼트, 좌욕 등 생활 교정을 반드시 병행해야 한다"며 "문명적 압력의 함정을 인식하고 스스로 관리하는 것이 장기적 재발 예방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치질은 숨길 질환이 아니다. 조기 진단과 정확한 감별, 그리고 생활 습관 개선이 함께 이뤄질 때 재발을 최소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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