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살인자' 고혈압, 증상 없다고 방심은 금물

[전문의 건강칼럼]
좋은문화병원 순환기내과 서정민 과장
젊은층 환자도 증가세…생활습관 관리·조기 치료가 관건

좋은문화병원 순환기내과 서정민 과장

혈압은 심장이 전신으로 혈액을 내보낼 때 혈관 벽에 가해지는 압력으로, 심혈관 건강 상태를 가늠하는 핵심 지표다. 이 혈압이 정상 범위를 벗어나 지속적으로 높은 상태를 보이는 고혈압은 국내 성인 3명 중 1명이 앓고 있을 만큼 흔한 질환이다. 그러나 뚜렷한 증상이 거의 없어 치료 시기를 놓치기 쉬워 '침묵의 살인자'로 불린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국내 고혈압 환자 수는 2021년 처음으로 700만명을 넘어선 이후 꾸준히 증가해 2023년에는 740만명을 돌파했다. 최근 5년간(2019~2023년) 연평균 증가율은 14.1%에 달한다. 연령대별로는 80대 이상이 41.2%(97만314명)로 가장 많았고, 70대 39.9%(158만4145명), 60대 31.4%(239만5284명) 순이었다.

주목할 점은 젊은 연령층에서도 고혈압 환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는 것이다. 2019년 대비 2023년 증가율을 보면 20대가 27.9%로 가장 높았고, 30대 19.1%, 40대 14.6%로 전체 연령대 중 증가폭 상위를 차지했다. 서정민 과장은 "젊다고 해서 고혈압으로부터 안전하다는 인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고혈압의 약 90%는 뚜렷한 원인을 특정할 수 없는 본태성 고혈압으로, 유전적 요인의 영향이 크다. 부모 모두 고혈압일 경우 자녀의 고혈압 발병 가능성은 46% 이상으로 보고된다. 여기에 고령, 비만, 흡연, 음주, 짜게 먹는 식습관, 운동 부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병 위험을 높인다.

문제는 대부분의 고혈압 환자가 특별한 증상을 느끼지 못한다는 점이다. 건강검진이나 다른 질환으로 병원을 찾았다가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일부 환자들은 두통, 어지러움, 피로감, 뒷목 통증 등을 호소하지만, 이러한 증상이 반드시 고혈압에 의한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두통이나 통증으로 인해 혈압이 일시적으로 상승하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혈압 여부는 반복적인 혈압 측정을 통해 객관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혈압 치료는 비약물적 치료와 약물치료로 나뉜다. 고혈압 전 단계에서는 체중 조절, 염분 섭취 제한, 규칙적인 운동, 금연 등 생활 습관 개선만으로도 혈압 조절이 가능하다. 그러나 실제 고혈압으로 진단된 경우에는 약물치료가 필수다. 혈압약은 단순히 수치를 낮추는 약이 아니라, 뇌졸중·심근경색·심부전 등 치명적인 합병증을 예방하는 중요한 치료 수단이다. 혈압이 정상으로 회복됐다고 임의로 복용을 중단할 경우 다시 혈압이 상승할 수 있어 꾸준한 복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고혈압을 방치하면 전신 장기에 심각한 손상을 초래할 수 있다. 대표적인 합병증인 뇌출혈은 고혈압으로 약해진 뇌혈관이 파열되며 발생하고, 이로 인한 뇌졸중은 반신마비, 언어장애, 치매 등 심각한 후유증을 남길 수 있다. 실제 전체 뇌졸중 환자의 약 80%는 고혈압을 동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지속적인 혈압 상승은 심근 비대와 심장 기능 저하를 유발해 심부전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혈관 손상은 동맥경화를 촉진해 협심증이나 심근경색 위험을 높인다.

고혈압은 당장 생명을 위협하지는 않지만 수술로 완치되거나 단기간에 해결되는 질환이 아닌 만큼 평생 관리가 필요한 만성질환이다. 정기적인 혈압 측정과 생활 습관 개선이 고혈압 예방과 치료의 핵심이다.

도움말/ 좋은문화병원 순환기내과 서정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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