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교수팀이 척추관협창증 수술 후에도 지속되는 만성 신경병증성 통증환자를 구별할 수 있는 뇌척수액 바이오마커를 발굴해 주목된다.
서울성모병원(원장 이지열)은 최근 정형외과 김영훈 교수팀이 서울성모병원에서 척추관협착증 수술을 받은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전향적 연구를 통해 이 같은 결과를 확인했다고 20일 밝혔다.
교수팀에 따르면 신경병증성 통증은 신경이 손상되거나 압박돼 발생하는 만성 통증으로, 척추관협착증 환자의 약 30%가 이러한 통증을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수술로 신경 압박을 해소해도 일부 환자에서는 통증이 지속돼 환자의 삶의 질을 크게 저하시키지만 지금까지 수술 전에 어떤 환자가 수술 후에도 통증이 지속될지 예측할 수 있는 생물학적 지표가 명확하지 않았다는 것.
이에 교수팀은 지난 2022년 7월부터 2023년 7월까지 서울성모병원에서 척추관협착증 수술을 받은 환자 22명을 대상으로 전향적 연구를 진행했다.
구체적으로 환자들은 수술 전과 수술 후 1개월, 3개월, 1년 시점에 신경병증성 통증 평가를 받았으며, 수술 전 신경병증성 통증이 없는 그룹(6명), 수술 전 통증이 있었으나 수술 후 해소된 그룹(8명), 수술 후에도 통증이 지속되는 그룹(8명)으로 나눠 뇌척수액 내 바이오마커 농도를 비교했다.
그 과정에서 신경 손상 초기에 분비돼 신경 회복을 돕는 세 가지 핵심 바이오마커를 확인한 것.
연구에서 인터루킨-6(IL-6)은 신경이 손상될 때 분비되는 물질로 면역 반응과 통증 신호를 전달하며, 표피 성장인자 수용체1(Her1)은 신경 세포를 보호하고 회복시키는 역할을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단핵구 화학유인 단백질-1(MCP-1)은 손상 부위로 면역 세포를 끌어들이는 역할을 통해 통증에 관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더불어 수술 후에도 통증이 지속된 환자들은 세 가지 바이오마커 농도가 모두 유의미하게 낮았으며, 특히 인터루킨-6 농도는 세 그룹 간 비교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를 보였다.
통증이 없는 그룹은 6.18피코그램/밀리리터, 통증이 해소된 그룹은 4.81피코그램/밀리리터, 통증이 지속된 그룹은 1.58피코그램/밀리리터로 측정됐으며, 통증이 지속된 그룹이 다른 두 그룹에 비해 유의미하게 낮았다.
주목할 점은 신경병증성 통증 증상 지속 기간이 길수록 인터루킨-6 및 Her1 농도가 낮은 경향이 관찰됐다는 것으로, 이는 신경 압박이 오래 지속될수록 바이오마커 농도가 감소하며, 만성 신경병증성 통증으로 이행될 가능성이 높아짐을 시사한다는 것.
이번 연구는 척추 수술 후 지속되는 만성 신경병증성 통증 환자를 조기에 감별해 적절한 시기에 수술적 개입을 진행할 수 있는 과학적 근거를 마련한 것으로 향후 대규모 환자군을 대상으로 한 추가 연구가 진행된다면 만성 신경병증성 통증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교수팀은 기대했다.
김영훈 교수는 "급성기 신경병증성 통증과 만성 신경병증성 통증은 서로 다른 기전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각기 다른 치료 전략이 필요하다"며 "이번 바이오마커의 확인은 이를 감별하는 근거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증상이 악화돼 약물로 조절이 어려운 경우, 조기에 수술적 치료를 고려하는 것이 만성 신경병증성 통증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연구는 정형외과 및 척추외과 분야 국제학술지 '유럽척추학회지'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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