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2> 옛날 시골 맛집을 되살리자(3)

허정 교수의 보건학 60년/ 서울대학교 명예교수(전 보건대학원장)

우리나라 곳곳에는 특별한 맛집들이 있다. 춘천에는 아직도 막국수를 찾는 사람들이 많다. 동해안 물메기탕도 유명하다. 나도 영덕에서 물메기탕을 먹어본 적이 있다. 물메기는 생김새는 좀 그렇지만 비린내도 없고 별미였다.

내가 좋아하는 운동선수 중에 황영조 선수가 있다. 그는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면서 국민적 영웅이 됐다. 그의 고향은 강원도 삼척이다. 그곳 사람들이 물메기탕을 좋아한다는 얘기도 들은 적이 있다.

남쪽으로 내려올수록 찬 음식은 별로 찾지 않는다. 냉면도 잘 먹지 않았다. 내가 군대에 갔을 때 전방에서 막국수와 냉면을 맛본 일이 있다. 남쪽에서는 밤참으로 막국수나 냉면을 먹지 않는다. 대신 기호지방에서는 메밀묵을 먹었다. 겨울철 반쯤 얼은 김칫국물에 말아 먹는 메밀묵도 일품이었다. 충북에서는 올갱이를 메밀묵과 함께 먹는다.

장수촌으로 유명한 제주도 곽지리에서는 미역과 함께 잔 물고기를 잡아먹었다. 장수하는 사람이 많다는 전라도 곡성을 찾은 일이 있다. 당시 전라도 지리산 기슭에는 옛날 풍습이 많이 남아있었다. 열녀를 기리는 격문도 보았고 송덕비나 단지를 했던 효자비도 남아있었다.

그런데 그곳도 먹는 것은 많이 바뀌고 있었다. 간고등어가 특히 인기가 있었다. 간고등어는 안동이 유명하다. 안동은 내륙이라 바다에서 간을 잘한 고등어를 반건조 상태로 가져와 구워 먹었다.

예전에는 서민들도 굴비를 좋아했다. 지금은 비싸졌지만, 40~50년 전에는 굴비가 흔했다. 옛날에는 연평도까지 조기가 올라와서 연평파시가 열리기도 했다. 내가 어렸을 때 겨울 제사를 지낼 때면 땅속에 묻었던 조기를 꺼내 쪄먹었던 기억도 난다.

이제는 어업기술이 발달해 전라도 근처에서도 조기가 많이 잡힌다고 한다. 그래서 법성포굴비가 유명하다. 굴비는 소금을 잘 뿌려서 바닷바람에 말려야 제맛이 다. 강연차 법성포에 들러 굴비를 먹으니 확실히 맛이 달랐다.

전라도에는 맛있는 음식이 많다. 보성과 벌교 꼬막도 유명하다. 하도 사람들이 찾고 흔해서 꼬막정식까지 있다. 내 입맛에는 맞지 않지만, 반쯤 익혀 양념한 꼬막이 별미라고 했다. 내 입맛에 맞는 해장국은 역시 청진동 선지해장국과 곰장어 해장국이다. 낙지도 별미다. 박을 따서 국을 끓이면 맛있는 낙지국이 되기도 한다.

세발낙지는 발이 가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발을 잘라서 기름장에 찍어 먹으면 참 맛이 있었다. 낙지를 젓가락에 둘둘 말아 불에 구워 먹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땅덩어리는 작지만 맛있는 것들이 많다. 이런 음식들 모두 외국에서 온 관광객들에게도 소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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