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1> 옛날 시골 맛집을 되살리자(2)

허정 교수의 보건학 60년/ 서울대학교 명예교수(전 보건대학원장)

서울은 언제부터인가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이 주축이 되어 버렸다. 그래서 그런지 드라마 야인시대에 나오는 옛날 맛집들은 점점 사라져가는 것 같다. 내가 어렸을 때는 종로 피맛골이 유명했다.

피맛골은 종로1가부터 6가까지 양쪽으로 이어진 먹자골목으로 다양한 먹거리가 즐비했다. 가을부터 겨울에 걸쳐 참새구이를 만들어 파는 집도 있었다. 유명한 명월관이 있었고 드라마에 나오는 관철여관이나 화신백화점도 이어졌다.

일제강점기 처음으로 생겨난 화신백화점에서 공짜 엘리베이터를 타고 5층까지 가서 구성진 변사의 설명을 곁들인 무성영화를 보고 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문설농탕집을 찾았다.

서울 시내에 그렇게 많았던 설렁탕집이 점점 자취를 감추는 것이 안타깝다. 을지로 입구에 가면 골목 안에서 영업했던 하동관 곰탕도 생각난다. 돈도 없고 여유도 없었던 서민들에게 하동관 곰탕은 큰 혜택이었다. 지금은 명동에 위치한 하동관이 강남에도 생겼다. 가끔 옛날 생각에 하동관을 찾지만, 예전처럼 손님이 많지는 않다.

서울을 대표하는 한식집을 찾는다면 한일관을 꼽을 수 있다. 지금도 영업하는 부민옥도 있지만, 예전에는 화신에서 나와 길을 건너면 골목 안에 한일관 있었고, 항상 사람들로 북적였다. 외국에 나갔다 돌아온 사람들은 꼭 한일관을 찾았다. 이제는 모두 옛날 얘기가 됐다.

이런 맛집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부산 고등어 추어탕집이다. 값이 싸면서도 맛이 좋았다. 한국을 찾는 관광객이 모두 비싼 요릿집만 찾는 것은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맛있고 값싼 음식점이 곳곳에 생겨났으면 좋겠다. 서울에서는 설렁탕집을 되살리고 피맛골을 활성화 하면 좋겠다. 또 '존슨탕'이라 불렸던 부대고기집도 의정부 명물로 살아남았으면 한다.

서민들이 찾는 맛집들이 많이 생기고 포장마차도 다양한 지역에서 영업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일본에는 포장마차가 많다. 해가 지면 골목에 포장마차촌이 생기고 현지인과 관광객들로 북적인다.

동남아에 가면 오토바이들이 많다. 호치민시에 가면 누구나 고기를 듬뿍 넣은 쌀국수집을 찾는다. 우리나라도 명동 칼국수가 유명했다. 값도 무척 쌌다. 기회가 되면 이문설농탕집이나 명동칼국수집에도 가고 싶다.

도시계획은 멋지다. 길거리도 넓어지고 자동차가 자유롭게 다닐 수 있으며 아파트도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아파트만 세우는 도시계획은 재고했으면 한다. 도시계획은 길을 넓히고 아파트를 늘리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피맛골과 같은 곳을 되살리는 도시계획이 이뤄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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