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은 흔히 '인생의 마지막이 머무는 곳'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전남제일요양병원 지승규 원장은 이 통념에 질문을 던진다. 그는 "요양병원은 끝이 아니라 다음 여정을 준비하는 우리 모두의 정거장"이라고 말한다.
지 원장은 최근 출간한 신간 '요양병원, 우리 모두의 정거장'(한문화사)을 통해 요양병원에서 마주한 삶과 죽음, 그리고 인간 존엄에 관한 깊은 이야기를 전한다.
전남의대를 졸업하고 10여 년 동안 요양병원을 운영해온 지승규 원장은, 적자였던 병원을 흑자로 전환시키며 의료의 본질이 '시스템'이 아닌 '사람'에 있음을 깨달았다고 말한다. 그는 책을 통해 병동의 풍경과 의료진의 고민, 환자와 가족의 이야기를 섬세하게 기록하며, 의료현장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을 담았다.
"진료는 기술이 아니라 태도다." 그의 이 한 문장은 책 전체를 관통하는 메시지이자, 의사로서의 신념을 대변한다.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요양병원, 우리 모두의 정거장'에서는 요양병원을 "생과 사가 맞닿는 경계의 공간"으로 정의한다.
지 원장은 "죽음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임을 확인하는 의식"이라며 "요양병원은 환자와 가족이 새로운 의미를 찾아가는 장소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에게 요양병원은 단순한 제도가 아니라 "생과 사를 잇는 다리"다.
2장 '요양병원에서 느끼는 삶의 한 자락'은 의료진과 환자가 함께 만들어가는 일상의 기록이다.
식사를 돕는 간호사의 손길, 퇴원을 준비하는 보호자의 표정, 환자의 회복을 기다리는 의료진의 마음이 조용히 흐른다.
그는 "환자의 삶은 병동 안에서 끝나지 않는다. '퇴원은 마무리가 아니라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여정의 시작'이라고 적으며, 요양병원이 단절의 공간이 아닌 '다시 삶으로 이어지는 출발점"이라고 강조한다.
3장 '소원과 작별, 그 사이 어디에'는 호스피스 병동에서의 이야기를 담았다. "고향 땅을 밟고 싶다", "가족과 사진 한 장 남기고 싶다"는 환자들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주는 의료진의 이야기를 통해 "소원을 이뤄주는 일은 환자를 위로하는 일이 아니라, 그가 여전히 삶의 주체임을 확인시켜주는 일"이라고 말한다.
마지막 4장 '조용한 손길이 지켜낸 질서'에서는 감염관리와 간호의 세계를 다룬다.
그는 "요양병원의 평온은 시스템이 아니라 간호사의 손끝에서 비롯된다"며 보이지 않는 자리에서 환자를 지켜온 의료진의 헌신을 조명한다. "감염관리는 기술이 아니라 철학이며, 환자를 안전하게 돌보겠다는 약속의 표현"이라는 문장은 그가 의료를 바라보는 태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지승규 원장은 현재 전라남도의사회 대외이사, 대한병원장협의회 이사, 대한의사협회 의료배상공제조합 대의원, 대한의사협회 중앙대의원으로 활동하며, 지역 의료 현장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하는 역할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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