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전남의사회, 지역 국회의원 '핀셋 공략' 나서

국민 83% "환자 동의 없는 약 교체 불안"… 최운창 회장 "국민 뜻 외면 말라"

대한의사협회와 전라남도의사회가 '성분명 처방 의무화' 철회를 요구하며 국회를 직접 찾았다.

이들은 지역구 의원 11명을 일일이 방문하며 국민 여론이 담긴 설문조사 결과를 전달하고, 법안 철회를 촉구했다.

지난 4일 최운창 전라남도의사회장과 김택우 대한의사협회장, 황규석 부회장, 서정성 부회장, 김승수 총무이사 겸 기획이사 등 의협 주요 임원진은 국회를 방문해 더불어민주당 소속 11명의 의원실을 차례로 찾았다.

이들은 '불법 대체조제(동일성분조제)' 관련 대국민 설문조사 결과(응답자 1166명)와 전남의사회의 공식 입장문을 직접 전달했다. 방문 대상은 주로 전남 지역구 의원으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 여론에 민감한 시기를 고려한 '핀셋 공략'으로 풀이된다.

설문조사 결과, 83%의 국민이 "환자 동의 없이 약을 바꿔선 안 된다"고 응답, 또 '내가 약 받을 약국을 선택하게 해달라'는 선택분업 제도에도 56%가 찬성해 성분명 처방 확대 정책에 대한 국민의 불안과 반감이 뚜렷하게 드러났다.

"지역과의 신뢰 무너뜨리는 처사… 즉각 철회해야"

전남의사회는 함께 제출한 입장문에서 "그동안 코로나19와 같은 국가적 의료 위기나 대규모 행사 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요청에 적극 협조해온 지역의사회"라며 "이번 법안은 의료계와 지역사회가 쌓아온 신뢰를 무너뜨리는 편당영합적 처사"라고 비판했다.

또한 더불어민주당 전남도당에 법안 철회 협조를 공식 요구했다.

이번에 논란이 된 법률안은 '수급불안정 의약품'의 경우 의사가 성분명으로 처방하지 않으면 1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 벌금을 부과하는 조항을 포함하고 있다. 의료계는 이를 두고 "임상 전문가의 처방권을 형사 처벌로 제한하는 위험한 입법"이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전남의사회는 성분명 처방 의무화가 국제적 추세와도 동떨어진 제도라고 지적했다. 미국·일본·EU 등 대부분 국가에서는 의사의 상품명 처방을 금지하지 않으며, 대신 저가약 인센티브 제도나 본인부담 조정 방식으로 유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국민들이 복용 약의 성분명을 모르기 때문에 성분명 처방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며 "이미 복약지도문에는 성분명과 효능·효과가 명시되어 있다"고 반박했다.

"성분명 처방, 환자 안전 위협할 수 있다"

의료계는 생동성(생물학적 동등성) 시험의 한계도 문제로 지적했다. 전남의사회는 "국내 생동성 시험은 건강한 20대 남성 위주로 진행돼 대표성이 떨어지고 약효 허용범위도 오리지널 대비 80~125% 수준으로 최대 45%의 차이를 보일 수 있다"며 "동일 성분이라도 실제 약효 차이가 발생해 환자 안전에 심각한 위해가 생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루 종일 국회를 돌며 의원실을 방문한 최운창 회장은 "국민 여론이 담긴 설문을 직접 전달하기 위해 방문했다"며 "전남의사회를 시작으로 각 시도의사회도 이런 방식의 투쟁을 이어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성분명 처방은 국민도, 전문가도 반대하는 제도"라며 "정치인은 국민의 의견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전남의사회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이 개정안이 철회되는 그날까지 단호히 싸워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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