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대한의사협회와의 협의없이 검체검사 위·수탁 제도 개편을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는 "복지부의 절차 무시와 자의적 행정은 일차의료의 기반을 흔드는 비민주적 행위"라며 강력 반발했다.
가정의학과의사회는 "2024년 9월 구성된 '검체검사 위·수탁 제도개선 협의체'는 전문가 추천까지 완료됐음에도 한 차례도 가동되지 않았다"며 "복지부가 협의체를 가동하지 않은 채 '검체검사수탁 인증관리위원회' 내에서 독단적으로 제도개선 논의를 진행한 것은 절차적 정당성을 결여한 행정"이라고 비판했다.
의사회는 "인증위원회는 수탁기관의 인증과 질 관리 업무를 맡는 조직이지, 위탁기관과 수탁기관 간의 정산 구조나 제도 방향을 논의할 법적 근거가 없는 기구"라며 "그런데도 복지부가 이를 정책 추진의 근거로 삼는 것은 의사협회와의 신뢰를 저버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문제는 최근 국정감사에서도 언급됐다. 국회에서는 "복지부가 협의체를 무시한 채 인증위원회를 통해 논의를 진행한 것은 절차적 투명성을 훼손했다"며 "현장 혼선과 환자 불편, 개인정보 유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한 바 있다.
특히 복지부가 2023년 고려대학교 산학협력단에 의뢰한 '검체검사 위·수탁 제도 개선방안 마련 연구' 보고서는 복지부의 현재 추진안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연구진은 보고서에서 "검체검사 수가를 일률적으로 분리하거나 비율을 조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한계가 크며, 위탁·수탁 기관 간 자율 계약과 상호 정산을 유지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복지부는 연구결과를 공개하지 않은 채, 해당 취지를 왜곡하거나 무시한 방향으로 정책 추진을 강행하고 있다는 게 의료계의 주장이다.
가정의학과의사회는 "이는 정책 결정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훼손할 뿐 아니라, 의사들과 국민의 신뢰를 심각하게 손상시키는 행정"이라고 비판했다.
이와함께 복지부가 추진 중인 검체검사 분리청구안과 위탁관리료 폐지는 △환자의 이중 결제 및 불편 가중 △개인정보 노출 위험 △비급여 검사 정산의 혼선 △청구시스템 운영 혼란 △의료행위 책임소재 불명확 등이 부작용을 낳을 것으로 예상했다.
가정의학과의사회는 "이 문제는 단순히 수익 구조 조정의 문제가 아니라, 필수의료를 담당하는 일차의료기관의 존립 기반과 직결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가정의학과, 내과,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등 대부분의 위탁기관은 만성질환 관리와 국가검진 등 국민건강의 최전선을 담당하고 있다. 따라서 무리한 제도 변경은 일차의료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다.
이에 의사회는 복지부에 △대한의사협회와의 협의 없이 추진 중인 제도 개편을 즉시 중단할 것 △의협·개원의협의회·학계·수탁기관이 모두 참여하는 협의체를 즉시 가동할 것△ 2023년 복지부 연구용역 결과를 왜곡 없이 반영하고, 연구 취지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재검토 등을 즉각 요구했다.
가정의학과의사회는 "복지부는 의사들과의 신뢰를 저버리는 일방적 행정을 즉시 중단해야 한다. 국민의 건강관리 기반이자 일차의료의 지속가능성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정책의 방향타를 재정립하라"며 "우리의 요구는 특정 집단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국민건강과 필수의료의 생태계를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방어선이다. 필요하다면 의료계 전체와 연대해 끝까지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Copyright @보건신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