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감수성으로 의술의 울림까지 전한다"

인터뷰/ 함수연 강북삼성병원 영상의학과 교수
"공감과 나눔으로 의료의 본질 되새겨… 환자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이 좋은 의사의 첫 걸음"
지멘스헬시니어스 '모바일 클리닉' 초창기 맴버 10년째 활동… 환자와 사회 향한 울림 전해 

"진료실 안팎에서 사람의 마음을 읽는 일, 그것이 제가 생각하는 의사의 역할 입니다."

음악가의 길을 꿈꾸던 예원학교 시절의 소녀는 지금 환자의 눈빛을 읽는 의사가 되어 있었다. 그 주인공은 바로 강북삼성병원 함수연 교수. 그는 '의술(醫術)'과 '예술(藝術)'이라는 두 세계를 연결하며, 사회적 약자와 의료 소외계층을 위한 봉사로 따뜻한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예술에서 의술로 전환… "예술은 나눔의 언어"

함 교수의 이력에는 독특한 이면이 있다. 세계적인 음악가 임윤찬을 배출한 예원학교 출신 의사라는 것. 

그는 "어릴 적엔 음악이 제 전부여서 예원학교에 입학해 매일 피아노 앞에만 앉아 있었다"며 "하지만 실력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이 '진심으로 이 길을 사랑하느냐'였다. 그 물음 앞에서 제 마음은 '사람과의 만남'을 향해 있었다"고 말했다. 

음악을 내려놓고 의학을 선택한 그는 아직까지도 '예술적 감수성'을 잃지 않았다. 함 교수는 "예술은 감정을 나누는 행위이고, 진료 역시 환자와 감정을 나누는 일"이라며 "환자의 눈빛과 말투, 표정 속에서 마음의 신호를 읽는 것, 그것이 진정한 진료의 시작"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의료는 정확한 진단과 치료 기술이 중요하지만, 결국 환자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면 아무 의미가 없다"며 "예술이 감정을 나누는 언어라면, 의술은 그 감정을 치유하는 언어"라고 강조했다. 

피아노를 전공하던 시절의 예술적 감수성은 지금의 진료 태도에도 녹아 있다. 예술은 본질적으로 '나눔의 과정'이라고 생각해서다.

함 교수는 "음악은 혼자만의 세계가 아니다. 연습과 준비는 어렵지만, 결국 청중과의 교감이 목적"이라며 "진료도 비슷하다. 아무리 전문적인 기술이 있어도 환자와 소통하지 못하면 치료는 완성되지 않는다. 제가 환자와 대화할 때 그들의 눈빛, 말투, 표정을 읽으려 하는 것도 그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함 교수는 '좋은 의사'라는 정의를 어떻게 내리고 있을까. 그는 "제가 좋아하는 말이 있다. '내가 너의 신발을 신어 본다면 너를 이해할 수 있다'라는 옛 교수님의 말씀이 기억이 난다"며 "환자의 입장에서 세상을 보고 그들의 신발을 신어보는 것, 그것이 좋은 의사의 첫걸음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아울러 함 교수는 환자의 고통을 공감하기 위해 노력하는 동료 의사의 사례를 언급하며 "암 투병 후 다시 진료실로 돌아온 한 후배가 있었는데, 그 친구는 환자를 대하는 태도가 완전히 달랐다.
의료는 결국 '공감의 기술'이다. 직접 겪지 않아도 환자의 두려움을 상상할 수 있다면, 그 자체가 환자에게 큰 위로가 된다"고 전했다. 

10년째 이어온 '모바일 클리닉'… 찾아가는 진료의 의미

특히 함 교수는 단순히 병원 안에서만 환자를 돌보지 않는다. 지멘스 헬시니어스가 운영하는 '모바일 클리닉' 프로그램의 초기 멤버로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의 아동을 찾아가는 이동형 무료 검진 활동을 10년 넘게 이어오고 있다. 또 환자와 보호자를 위한 음악 프로그램 등 예술을 매개로 한 사회공헌활동에서 앞장서고 있다. 

그는 "영상의학회 해외봉사에 참여하던 중, 지멘스 측에서 국내 의료 취약지역을 위한 모바일 검진 서비스를 제안했다. 저는 병원과 기업, 의료진을 연결하는 역할을 맡았다"고 말했다. 

그가 기억하는 가장 인상 깊은 사례는 14세 여학생의 진단이었다. 함 교수는 "모바일 클리닉에서 초음파로 난소낭종을 발견해 즉시 대학병원으로 연계, MRI 검사를 받도록 했고, 조기에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며 "청력 이상이 있던 아이가 현장에서 진단받고 치료까지 이어진 경우도 있었다. '찾아가는 진료'의 의미를 가장 크게 느낀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이와함께 이노비코리아와 협력해 환자와 보호자를 위한 음악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의료 공간을 문화의 장으로 확장하고 있다.

함 교수는 "병원 로비에서 작은 음악회를 열면 환자분들의 눈빛이 달라진다. 음악이 환자와 의료진 사이의 심리적 거리를 좁히는 힘이 있다. 공연을 보며 웃는 환자들의 얼굴에서 오히려 제가 위로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사도 결국 사람을 치유하는 직업"이라며 "의료가 기술이라면, 예술은 감정의 언어다. 두 가지가 만나면 진정한 치유가 완성된다"고 강조했다.

이렇게 함 교수에게 봉사는 '특별한 이벤트'가 아닌 '의사의 일상'으로 전해지고 있었다. 진료는 병원 안에서만 이뤄지는게 아니라 환자가 있는 곳으로 직접 찾아가야 진짜 '의료'가 완성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함수연 교수가 강북삼성병원에 기증한 작품

"병원은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해야"

한편, 강북삼성병원은 의료기관을 넘어 지역사회와 상생하는 다양한 CSR(사회공헌)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를 두고 함 교수는 "주변이 건강해야 병원도 건강하다, 이는 곧 병원은 지역과 함께 성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의료는 단순히 병을 고치는 기술이 아니라, 사람과 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공공의 역할을 해야 한다"며 "앞으로도 의료인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실제 병원은 ▲청소년 교육을 위한 '드림클래스' ▲보호종료 청소년 지원사업 '희망디딤돌' ▲'시니어 디지털 아카데미' 등 삼성CSR 활동을 비롯해 취약계층 의료비 지원 사업, 보건교사 역량 강화 교육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함 교수는 또 "특히 의료비 지원 사업은 지역사회 기관과 연계해 치료가 시급한 환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며 "앞으로는 이런 협력 모델을 더 확대해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인터뷰를 마치며 그는 "의료와 예술은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함 교수는 "의술은 생명을, 예술은 마음을 살린다. 결국 이 둘다 사람을 향하고, 나눔으로 완성되는 일"이라며 "저는 환자에게, 사회에, 그리고 나 자신에게 조금이라도 따뜻한 울림을 전하는 의사가 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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