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0> 옛날 시골 맛집을 되살리자(1)

허정 교수의 보건학 60년/ 서울대학교 명예교수(전 보건대학원장)

일제 강점기에는 노면전차가 있었다. 동대문에서 청량리행 전차를 타면 신설동 못미처 논밭 옆에 형제주점이 있었다. 그 집 추어탕이 유명했다. 만드는 법도 특별해서 살아있는 미꾸라지가 뜨거워서 두부 속으로 들어가면 그것(초선두부)으로 고깃국에 추어탕을 만들어 팔았다.

용두동에도 서울식 추어탕집이 있었다. 오늘의 용금옥과 비슷한데 미꾸라지를 갈지 않고 통째로 사골과 내장을 끓인 국물에 넣어 만들었다. 이것도 꽤 유명했다. 요새 우리들이 먹는 추어탕은 남원에 가야 맛볼 수 있었다. 미꾸라지를 갈아서 고기를 넣고 끓인 국물에 산초가루를 넣고 맛을 내는 남도식 추어탕은 지금도 꽤 인기가 있다.

남원에서 조금 내려가 순천과 여수에 가면 짱뚱어를 갈아 만든 추어탕이 일품이었다. 부산에는 값이 비싼 미꾸라지 대신 값싼 고등어살을 발라서 만든 고등어 추어탕이 인기가 있었고 나도 먹어본 적이 있다.

다음은 설렁탕 얘기다. 설렁탕은 옛날부터 서울에서 인기 있었던 서민 먹거리였다. 손님이 오면 골목마다 있었던 설렁탕집에서 국물을 받아와 대접하던 기억이 난다. 아직도 경동시장 설렁탕집들은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종로에는 오래전 이문설농탕집이 자리를 잡았다. 이곳은 TV드라마 야인시대에 나오는 관철여관 근처다. 청진동 골목 선지해장국도 유명했지만, 그 골목을 따라 종로구청 쪽으로 올라가면 맛있는 설렁탕집들이 많았다. 이밖에도 서울서 기차를 타고 부산에 갈 때마다 대전역에서 먹었던 국수도 기억난다. 대전역 국수는 퍽 인기가 있었다.

일본은 회가 유명하다고 알려졌지만, 진짜 서민들이 많이 찾는 음식은 소고기덮밥이다. 그중에서도 요시노야(吉野家)가 유명하다. 하도 유명해서 요시노야 소고기덮밥 가격이 물가산정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북해도는 돼지와 닭뼈를 기본으로 한 육수에 간을 한 라면이 유명하고 우동 또한 일본 음식을 대표한다.

요새 일본과 중국 관광객들이 우리나라로 몰려온다고 한다. 서울 명동도 관광객들로 다시 붐비고 있다. 그들은 시내 구경도 하고 화장품도 사지만, 먹거리로는 일본 갓포나 가이세키 같은 한정식만이 아닌 다양한 전통음식을 찾는다. 동대문시장 안 빈대떡집도 그중 하나다. 빈대떡은 원래 가난한 사람들이 집에서 부쳐 먹었지만, 이제는 사 먹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나는 서민들이 즐기는 음식들이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서민 음식들을 다 함께 먹을 수 있었던 피맛골 같은 곳이 되살아나고, 오래된 음식점들도 계속 번창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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