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소아 악성 뇌종양 WHO 기준 재분류...맞춤 치료 기반 마련

과거 진단 52%가 '소아 고등급 교종'으로 재분류... 특정 아형, 암소인 증후군과 높은 연관성 규명

(왼쪽부터) 서울대병원 소아신경외과 김승기·김주환 교수, 병리과 박성혜 명예교수

서울대병원 연구팀이 과거 악성 뇌종양으로 진단된 소아 환자 78명의 조직을 최신 WHO 기준(WHO CNS5)으로 재분류한 결과, 절반 이상(52.6%)이 '소아 고등급 교종(pHGG)'으로 새롭게 분류됐다.

특히 H3/IDH 야생형 소아 광범위 고등급 교종 아형 환자의 50%에서 암소인 증후군(CPS)이 동반되는 것이 확인되어 유전자 분석의 중요성을 시사했다.

서울대병원 소아신경외과 김승기·김주환 교수와 병리과 박성혜 교수 연구팀이 소아 악성 뇌종양 환자의 진단을 최신 WHO 중추신경계 종양 분류 5판(WHO CNS5) 기준으로 재분류하여 질환의 특성과 예후를 규명하는 대규모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국내에서 소아 고등급 교종의 임상·분자유전학적 특성을 대규모로 분석한 최초 사례이다.

소아 악성 뇌종양은 소아암 사망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인 난치성 질환으로, 기존에는 성인과 유사한 기준으로 진단되어 치료에 한계가 있었다. 이에 2021년 개정된 WHO CNS5는 소아 악성 교종을 성인과 구분되는 독립 질환군으로 분류했다.

WHO CNS5 기준에 따른 소아 악성 뇌종양 재분류 결과: 과거 교모세포종(GBM), 원시신경외배엽종양(PNET) 등으로 진단된 환자 78명 중 41명(52.6%)이 소아 고등급 교종(pHGG)으로 재분류됐다.

연구팀은 1997년부터 2023년까지 서울대어린이병원에서 수술받은 78명의 과거 조직을 재검토하고 유전체 분석을 진행했다. 그 결과, 과거 교모세포종, 원시신경외배엽종양 등으로 진단됐던 환자 중 41명(52.6%)이 '소아 고등급 교종(pHGG)'으로 새롭게 분류됐다. 이는 기존 진단 체계로는 질환별 예후 구분이 어려웠음을 보여주며, 최신 WHO 기준의 통합 분류가 임상적 예측력을 높이는 데 필수적임을 시사한다.

재분류된 소아 고등급 교종의 세부 아형은 H3 K27 변이 광범위 정중선 교종(DMG), H3 G34 변이 광범위 반구 교종(DHG), H3/IDH 야생형 소아 광범위 고등급 교종(DpHGG-H3wt/IDHwt), 영아형 대뇌반구 교종(IHG) 등 4가지였다.

연구팀은 재분류된 환자들을 포함한 총 61명의 임상·유전체 정보를 분석했다. 이 중 H3/IDH 야생형 소아 광범위 고등급 교종 아형 환자의 절반(50%)에서 리프라우메니증후군, 신경섬유종증 1형 등 암소인 증후군(CPS)이 동반되는 것이 확인됐다. 이 결과는 소아 고등급 교종 진단 시 생식세포 유전분석과 가족 상담이 필수적임을 시사한다.

예후 분석 결과, 영아형 대뇌반구 교종(IHG)은 다른 아형에 비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생존율이 높았다 (2년 생존율 92.3%, 5년 생존율 73.8%). 특히 수술 전절제(GTR)**를 시행한 환자군이 비전절제 환자군보다 생존율이 유의하게 높아, 영아형 교종의 경우 치료 강도를 조절하는 맞춤형 접근이 필요함이 강조됐다.

김승기 교수(소아신경외과)는 "이번 연구는 소아 고등급 교종의 정확한 분류와 예후를 규명한 의미 있는 연구"라며 "향후 환자 맞춤형 치료 전략 수립과 예후 개선에 기여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이건희 소아암·희귀질환 지원사업단의 지원으로 수행되었으며, 국제학술지 '신경종양학 어드밴스(Neuro-Oncology Advances)' 최근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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