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사무장병원과 면대약국으로 인한 건강보험 재정 누수가 수조 원에 달하는 가운데, 서울시의사회가 근본적 해결책으로 '개설 전 등록 및 교육 의무화'를 제안했다. 사후 단속 중심의 기존 대응으로는 한계가 뚜렷한 만큼, 의료기관과 약국 개설 단계에서부터 불법 개설을 원천 차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의료계에서 높아지고 있다.
서울특별시의사회(회장 황규석)가 불법 사무장병원과 면대약국 근절을 위해 제도 개선에 나섰다.
서울시의사회·서울시치과의사회·서울시한의사회·서울시약사회 등 4개 직역단체는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전현희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과 간담회를 열고, 의료기관 및 약국 개설 전 각 직역단체 등록 및 교육을 의무화하는 의료법·약사법 개정 필요성을 제안했다.
이번 간담회는 불법 개설기관 근절을 위한 실효적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국회입법조사처 자료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23년까지 불법으로 개설·운영된 사무장병원과 면대약국은 총 1712곳, 이들에 대한 환수결정액은 약 3조 4000억원에 달했다. 그러나 실제 환수율은 6.79%에 불과해, 불법 개설로 인한 건강보험 재정 누수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와 건강보험공단이 단속을 강화하고 있지만, 불법 개설 수법은 점점 고도화·지능화되고 있다. 수사 전문 인력 부족으로 평균 수사기간이 11개월 이상 걸리면서 단속 실효성이 떨어지는 것도 문제로 꼽힌다.
이날 4개 단체는 불법 개설의 뿌리를 뽑기 위해서는 '사전 예방 중심 제도'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현행 의료법과 약사법은 개설 이후에만 개인정보보호·성희롱 예방 등 의무교육을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개설 이전 단계에서의 법적 등록이나 직역단체 교육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에 이들 단체는 "개설 전 각 직역단체에 등록하고 필수 교육을 이수하도록 제도화하면, 개설자의 법적 이해도와 윤리 의식이 높아져 불법 개설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황규석 서울시의사회장은 간담회에서 "사무장병원은 개설 후에는 정상 의료기관과 구별이 어렵기 때문에 사후 단속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개설 단계에서부터 직역단체 등록과 교육·검증 절차를 거치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변호사법 제7조(자격등록) 사례를 들며 "변호사는 자격이 있다고 해서 곧바로 개업할 수 없고, 대한변호사협회에 등록한 뒤 지방변호사회 승인을 받아야 한다"며 "의료기관 개설자도 이와 같은 등록 절차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황 회장은 또 "지역 단체가 주관하는 등록 및 교육 제도는 단순한 행정 절차가 아니라, 불법 사무장병원을 근본적으로 예방하는 실질적 장치"라며 "개설 전 등록이 이뤄지면 교육과 검증을 통해 윤리의식과 법적 책임을 강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치과의사 출신인 전현희 의원은 이날 간담회에서 4개 단체의 제안에 공감하며 제도적 지원을 약속했다. 전 의원은 "의료기관 개설 전 직역단체 등록과 교육 의무화를 통해 의료인이 갖춰야 할 기본 자격과 책임의식을 확보할 수 있다"며 "국민 건강권 보호와 건전한 의료환경 조성을 위한 법 개정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4개 단체는 이번 법 개정이 통과되면 불법 사무장병원과 면대약국의 신규 개설을 원천 차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의료기관·약국 개설 과정의 투명성 제고와 직역단체의 책임 강화를 통해 의료 신뢰 회복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함께 서울시의사회는 이번 간담회와 함께 의료법·약사법 개정 청원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청원에는 서울시의사회 626명, 서울시치과의사회 263명, 서울시한의사회 466명, 서울시약사회 509명 등 총 1864명이 참여했다.
한편, 서울시의사회는 매년 개원의 및 예비 개원의를 대상으로 의료법, 노동법 세법 등 실무 중심의 개원 세미나를 진행해 오고 있다.
Copyright @보건신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