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가 정상화없이 성분명 탁상행정… 수탁고시도 중단"

내과의사회, 성분명 처방·검체수탁 개편에 강력 반기
"낮은 약가 등 근본적인 원인 해결이 먼저 이뤄져야"

"정부가 밀어붙이는 정책은 결국 일차의료를 무너뜨릴 것이다."

대한내과의사회(회장 이정용)가 지난 19일 '제28회 정기총회 및 추계학술대회'를 열고 이 같은 목소리를 냈다.

성분명 처방 강제화와 검체 검사 위수탁 고시 개편안 등 최근 의료계 현안과 관련해 "일차의료를 고사시키고 국민 건강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폭거"라며 강력한 반대 입장을 천명한 것.

가장 먼저 내과의사회는 의료기관 경영의 핵심 이슈로 떠오른 검체 위수탁 고시 개편안'에 대해 "의협을 중심으로 단일 대응체계를 유지하겠다"며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곽경근 수석부회장은 "검체수탁은 단순한 행정조정이 아니라 개원가의 생존이 걸린 문제"라며 "의협에서 오는 23일과 28일 회의를 통해 논의가 이뤄지고 있으며, 25일 임시총회에서 구체적 방향이 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과의사회는 별도로 정부와 접촉하지 않고, 회원 의견을 모아 의협에 전달하는 구조로 일원화했다"며 "이 사안을 의료계 전체 차원에서 일관되게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의 고시는 연구 기반이 미흡하다면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며 "이 문제는 '상호 정산' 원칙을 바탕으로, 정부와 의료계가 다시 연구용역을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함께 내과의사회는 '성분명 처방 강제화'와 관련된 입장도 전했다. 내과의사회는 이 정책을 "근본 원인을 외면한 탁상행정"으로 규정했다.

은수훈 부회장은 "의약품 공급 불안의 본질은 약가가 지나치게 낮다는 데 있다"며 "제약사가 원가도 회수하지 못하는 구조에서 생산 중단이 이어지는 상황을 외면한 채, 처방 방식만 바꾸겠다는 건 현실을 모르는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내시경에 필수적인 리도카인 스프레이나 위장 기포 제거제 '가소콜'은 약가가 낮아 생산이 중단됐고, 비타민 B12 주사제도 마찬가지"라며 "약가 인상이나 안정적 공급대책 없이 성분명만 강조하는 건 의료 현장을 혼란에 빠뜨릴 뿐"이라고 비판했다.

조승철 총무이사도 "성분명 처방은 결국 전자처방전, 대체조제 간소화, 리필제 도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약제 부작용이 발생했을 때 책임 소재도 불분명하다. 환자 안전보다 약값 절감이 우선시된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리베이트 프레임은 왜곡… 국민에 정확히 알려야"

이태인 공보이사는 성분명 처방을 반대하는 의사들을 '리베이트 수혜자'로 몰아가는 여론을 정면 반박했다.

이 공보이사는 "의사가 '육개장 사발면'을 처방했는데, 약사가 '다른 브랜드의 육개장'으로 바꿔주는 게 성분명 처방"이라며 "의사들이 특정 회사 약을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반응과 부작용까지 고려해 처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의사들이 성분명 처방을 반대하는 이유를 '리베이트'로 몰아가는 건 심각한 왜곡"이라며 "국민에게 정확한 정보를 알리고 오해를 바로잡는 홍보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의료계와 협의 없는 의료정책, 국민 피해로 돌아올 것"

이날 내과의사회는 결의문을 통해 정부의 정책 추진 방식을 "전문가 의견을 배제한 탁상공론"이라며 강력히 규탄했다.

이들은 "일차의료를 무너뜨리는 검체수탁 개악 중단, 성분명 처방 반대, 비대면 진료 초진 확대 반대, 의료계 협의 없는 의료개혁 중단"을 촉구했다. 또한 "정부가 의료계를 배제한 채 정책을 밀어붙이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직접적인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곽경근 수석부회장은 "정기석 건보공단 이사장이 국감에서 '성분명 처방이 필요하다'고 발언한 것은 취지는 이해하지만, 현장은 아직 준비돼 있지 않다"며 "의료계·정부·환자단체가 모두 머리를 맞대는 사회적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의료정책은 일차의료를 실험대에 올려놓은 채 지속가능성을 논하는 모순을 보이고 있다. 회원들의 목소리를 모아 합리적인 제도 개선을 이끌겠다"며 "정부가 진정으로 환자 중심의 의료를 원한다면, 현장을 무너뜨리는 정책부터 멈추고 의료계와의 진정성 있는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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