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과의사회 "자살예방 국가 책무, 요양기관 과징금 전용 불가"

"재정 책임 민간 의료기관에 전가 안돼… 국고 기반 안정적 기금 마련 시급"

자살예방 재원 마련을 위해 요양기관 과징금을 전용하는 법안이 발의되자 내과 의사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의료기관 제재 성격의 과징금을 기금으로 돌리는 것은 제도의 본질을 훼손할 뿐 아니라, 의료서비스 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자살예방은 어디까지나 국가가 책임지고 추진해야 할 보건복지 정책이라는 점에서 국고를 통한 재정 기반 확충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국회에서는 김교흥(더불어민주당), 정점식(국민의힘) 의원이 「국민건강보험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보건복지부 장관이 요양기관에 부과하는 과징금의 일부를 자살예방기금으로 전환·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발의 취지는 OECD 최고 수준의 자살률 문제에 대응할 지속 가능한 재정 기반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대한내과의사회(회장 이정용)는 15일 "자살예방 재원 마련의 책임을 민간 요양기관에 떠넘기는 방식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며 법안 철회를 촉구했다.

내과의사회는 "요양기관 과징금은 법적·행정적 위반에 대한 제재금 성격이 명확하다. 이를 자살예방기금으로 전용하는 것은 과징금 제도의 취지와 본질을 훼손하는 행위"라며 "오히려 의료기관의 재정적 부담을 키워 국민에게 제공되는 서비스의 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자살은 정신적·경제적 고립, 만성질환 등 다양한 사회적 요인이 중첩돼 발생하는 문제로, 의료기관의 책임으로 돌릴 수 없다는 점도 강조했다. 내과의사회는 "자살률 감소라는 국가적 과제를 정부가 주도적으로 책임져야 한다"며 "민간 의료기관에 부담을 떠넘기는 방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현재 국가건강검진에서 시행되는 정신건강검진의 사후관리 부실 문제도 꼬집었다. 우울증이나 자살 위험이 있는 수검자에 대한 추적 관리가 미흡하고, 지자체 보건소 역시 일차의료기관과의 역할 경쟁으로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내과의사회는 "정부는 정신건강 사후 관리 체계를 보완하고, 일차의료기관과 지자체 보건소를 자살예방 정책의 중심 축으로 적극 참여시켜야 한다"며 "자살예방은 국가가 책임지고 수행해야 하는 핵심 보건복지 과제인 만큼, 국고를 통한 안정적 재정 확보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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