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지방은 빼서 없애야 할 '군살'로 여겨져 왔다. 몸매를 가꾸기 위해 제거하는 대상일 뿐, 그 안에 어떤 가치가 있는지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지방줄기세포의 활용 가능성이 주목받으면서, 재생의학과 미용의학계에서는 지방 조직을 '젊음의 보고(寶庫)'로 인식되고 있다.
줄기세포는 흔히 '재생의학의 꽃'이라 불린다. 손상된 조직을 복구하고 새로운 혈관을 생성하는 등 강력한 재생 능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희귀난치질환은 물론, 노화와 관련된 다양한 문제에까지 활용 가능성이 제시되고 있다. 특히 자가 조직에서 얻은 줄기세포는 면역 거부 반응 위험이 낮고, 다양한 세포로 분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연구가 활발하다.
줄기세포는 혈액, 골수, 제대혈 등에서도 얻을 수 있지만, 지방조직이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줄기세포 함유량이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지방줄기세포는 성인의 피하지방에 존재하며, 유핵세포 100만 개당 줄기세포 수는 지방이 약 2만5602개로, 말초혈(1개), 골수(46.5개), 제대혈(0.01개)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지방줄기세포는 지방흡입을 통해 얻는다. 허벅지, 복부 등에서 채취한 지방에서 분리해 내는 식이다. 피하지방이 풍부한 부위에서 지방을 소량 흡입하고 전처리 과정에서 혈액, 마취액, 불순물을 제거한다.
이후 원심분리와 효소 처리를 통해 기질혈관분획(SVF, Stromal Vascular Fraction) 층을 추출한다. SVF에는 줄기세포 외에도 혈관 내피세포, 면역세포, 섬유아세포 등이 포함돼 있다. 이 역시 항염, 재생, 조직 복원 등에 시너지를 낸다.
이렇게 얻은 줄기세포는 피부 탄력 개선, 탈모 보조 치료, 자가지방이식 생착률 향상 등에 쓰인다. 이뿐 아니라 이를 정맥으로 투여하는 항노화 치료 가능성도 연구되고 있다.
줄기세포는 미용상의 측면뿐 아니라 세포 노화 억제와 조직 재생이라는 근본적 작용을 한다. 특히 지방유래 줄기세포는 항염증, 면역 조절, 미토콘드리아 기능 회복 등의 다면적 기전을 통해 노화의 속도를 실질적으로 늦출 가능성을 보여준다.
최근에는 환자 본인의 줄기세포를 장기 보관하는 '줄기세포 뱅킹' 서비스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건강한 시점에 확보한 자가세포를 미래에 필요할 때 활용하려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지방을 제거한 후 곧바로 폐기하는 것이 당연했다면, 이제는 그 안에 포함된 양질의 줄기세포를 확보하고 다양한 치료에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지방은 더 이상 단순히 없애야 할 대상이 아니다. 그 안에 숨겨진 생명력을 되살리는 재생의료의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있다.
도움말/ 글로벌365mc 대전병원 이선호 대표병원장
Copyright @보건신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