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노조 출범… "환자 안전 위한 '인권의 깃발' 올리다"

"72시간 상한·환자 수 제한 지켜야 환자안전도 지켜"
의료계 "험난한 길이지만 반드시 필요한 걸음" 응원

"전공의의 노동인권 보장이 곧 환자의 안전입니다."

지난 1년 6개월간 이어진 의료 사태의 중심에 있었던 전공의들이 마침내 법적 지위를 갖춘 노동조합의 깃발을 올렸다. 이들은 열악한 수련 환경 개선이 단순히 전공의의 권익을 넘어 환자 안전과 직결된다는 점을 전면에 내세우며, 지속 가능한 의료 시스템을 위한 사회적 대화를 촉구했다.

전국전공의노동조합(위원장 유청준, 이하 전공의노조)은 지난 14일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출범식을 열고, 전공의 노동권 보장을 위한 본격적인 활동을 선언했다. 이날 출범식에는 대한의사협회 등 의료계 주요 인사들이 참석해 노조의 첫걸음을 축하하고 지지를 보냈다.

유청준 위원장

유청준 위원장 "침묵 깨고 연대…지속가능한 의료시스템 만들 것"

초대 위원장으로 선출된 유청준 위원장은 "누군가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시스템은 결코 지속 가능하지 않다"며 "전공의도 의사이기 전에 인간이며 노동자라는 자각, 그리고 당연한 권리를 찾고자 하는 열망이 오늘 이 자리를 만들었다"고 출범 배경을 밝혔다.

유 위원장은 "우리 노조는 처우 개선만을 위한 조직이 아니라, 환자 안전을 지키고 건강한 의료 시스템을 만드는 출발점"이라며 "교육받을 권리를 되찾고 인간다운 삶을 보장받으며 더 나은 의료를 위해 목소리를 내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이제 역사의 주체가 됐다. 더 이상 침묵하지 말고 함께 말하자"며 전국 전공의들의 연대와 동참을 호소했다.

"주 72시간 근무 준수·전공의 1인당 환자 수 제한" 8대 요구안 제시

이날 남기원 수석부위원장은 노조의 구체적인 활동 계획과 함께 정부와 병원을 향한 8대 요구안을 발표했다.

남 수석부위원장은 ▲신고센터 사례 적극 개입 ▲주기적 실태조사 ▲전공의법 신속 개정 ▲사회적 약자와 연대 및 사회공헌 등을 4대 활동 방향으로 제시했다.

이를 바탕으로 한 8대 요구안에는 ▲주 72시간 시범사업 준수 및 전 진료과 확대 ▲전공의 1인당 환자 수 제한 ▲임신·출산 전공의 안전 보장 ▲방사선 피폭 대책 마련 ▲휴게시간 보장 ▲연차·병가 자유로운 사용 보장 ▲폭언·폭행 근절 ▲전공의법 개정안 신속 제정 등이 포함됐다.

남 수석부위원장은 "이 8대 요구안은 협상의 조건이 아니라 환자와 의료를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사회적 약속"이라며 "전공의가 무너지는 병원에서 환자의 안전은 지켜질 수 없다"고 역설했다.

의료계 "험난한 길…환자·교수와 새 관계 설정 필요" 격려와 조언

의료계 선배들은 전공의노조의 출범을 축하하면서도, 앞으로 나아갈 길이 험난할 것이라며 격려와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김택우 대한의사협회장은 "지난 1년 6개월간 겪었던 고통과 좌절의 순간이 노조 설립의 큰 동력이 됐을 것"이라며 깊은 공감을 표했다. 김 회장은 전공의 특별법의 모태가 된 미국 '리비 지온 사건'을 언급하며 "미국과 달리 한국의 전공의법은 대체 인력과 수련 비용 부담 주체에 대한 논의가 빠져 정착하지 못했다"고 지적, 구조적 문제 해결의 필요성을 시사했다.

그는 "앞으로 병원, 교수, 환자, 국민과의 관계 설정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이 있겠지만, 기본적인 마음을 잃지 말고 전공의 권익을 대변하는 단체로 역할을 다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조윤정 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장은 "척박한 의료 환경을 개선하려는 굳은 의지로 수련에 복귀한 여러분께 감사와 미안함을 전한다"며 "과실이 없어도 소송에 시달리고, 저수가가 고착화된 비정상적인 의료 현실을 이제 법적 지위를 가진 노조가 날카롭게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여러분의 노력으로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이 더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며 "건강한 의사를 양성하는 사회적 환경을 구축하는 데 힘을 모아달라"고 응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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