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워 있을 때 심해지는 이석증, '돌'의 제자리 찾기가 핵심

세란병원 권경현 과장 "갑작스러운 어지럼증, 즉시 진료 필요"

세란병원 신경과 권경현 과장

이석증(BPPV)은 어지럼증을 주소로 신경과를 찾는 환자들 가운데 흔히 발견되는 질환이다. 귀 속 전정기관에 존재하는 '이석'이 제자리를 벗어나면서 어지럼증을 유발하는 것으로, 돌이 새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원래 있던 구조물이 문제를 일으킨다. 이석은 머리 움직임에 따른 중력 감각을 전달하는 미세한 탄산칼슘 결정체다.

급성으로 발생하는 강한 어지럼증의 상당수가 이석증에 해당한다. 머리 위치 변화와 밀접하게 연관되며, 특히 눕거나 일어날 때, 옆으로 돌아눕는 순간, 고개를 젖히거나 숙일 때 증상이 두드러진다. 환자들은 대부분 집 안에서 증상을 경험하지만, 치과 진료나 미용실 등 머리 자세가 바뀌는 상황에서도 불쑥 나타나곤 한다.

이석증에서 나타나는 어지럼증은 짧지만 강렬하다. 보통 1분 이내로 회전성 어지럼증이 발생하는 것이 특징이다. 주로 60대 이상에서 흔히 발생하며, 특히 폐경 이후 여성은 골다공증이나 비타민D 결핍으로 인해 이석의 안정성이 떨어져 발병 위험이 높다.

문제는 첫 발병 후에도 이석이 완전히 제자리를 찾지 못하거나 전정 기능이 약해진 상태가 지속되면 재발이 반복된다는 점이다. 장시간 누워 있거나 특정 자세를 반복하는 습관도 이석증을 되풀이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치료는 비교적 간단하다. 어떤 세반고리관에 이석이 들어갔는지를 정확히 파악하면 '이석정복술'을 통해 돌을 원래 자리로 돌려보낼 수 있다. 이석정복술은 비수술적 치료법으로, 떨어져 나온 이석을 반고리관에서 난형낭으로 유도해 되돌리는 방식이다.

환자 진단에는 안구 움직임이 중요한 단서가 된다. 반고리관에 들어간 이석은 특정한 방향의 안진을 유발하는데, 이를 분석하면 위치와 형태를 알 수 있다. 뒤반고리관이나 옆반고리관에 이석이 들어간 경우 에플리(Epley) 술식이 널리 활용된다.

에플리 술식은 머리와 몸을 단계적으로 회전시켜 중력과 해부학적 구조를 활용, 이석을 난형낭으로 이동시키는 원리다. 시술 직후에는 이석이 불안정하게 자리잡아 있으므로 머리를 갑자기 숙이거나 젖히는 동작을 피해야 한다. 베개를 높게 베고, 체위 변화를 조심하는 것이 권장된다.

세란병원 신경과 권경현 과장은 "이석정복술에도 호전이 없다면 전정신경염이나 메니에르병 등 다른 어지럼증 질환일 수 있으며, 중추성 원인의 경우 정복술로는 효과를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여러 반고리관에 동시에 이석이 존재하는 다발성 형태나, 수평반고리관형 이석증은 치료가 까다롭고 재발도 잦다"고 설명했다.

이어 "표준적인 이석정복술을 3회 이상 시행해도 효과가 없거나 연간 3회 이상 재발한다면 난치성 이석증으로 본다"며 "특히 두부 외상 이후 생긴 이석증은 재발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권 과장은 "초기 대응이 늦어지면 이석이 복잡하게 얽히거나 막에 달라붙어 증상이 심해질 수 있다"며 "갑작스럽고 강한 어지럼증과 함께 구역, 구토가 동반된다면 지체 없이 신경과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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