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흡입을 계획하는 환자들에게 마취는 여전히 민감한 고민거리다. 시술 안정성을 높이는 핵심 요소이지만, 간혹 마취 과정에서 발생하는 예기치 못한 반응이나 부작용에 대한 불안감이 적지 않다.
이런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지방흡입 시술 중 호흡이 느려지거나 멈출 수 있는 위험을 인공지능(AI)으로 사전에 예측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환자의 불안을 줄이는 동시에 시술 안전성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방흡입 특화 의료기관 365mc와 이화여대 의대 공동 연구팀은 1만4560건의 지방흡입 시술 데이터를 머신러닝 기법으로 분석한 결과를 14일 공개했다. 머신러닝은 대량의 데이터를 스스로 분석해 규칙과 특징을 찾아내는 AI 기술로, 이번 연구에서는 마취 중 발생할 수 있는 호흡 저하 가능성을 높은 정확도로 예측하는 모델 개발에 적용됐다.
지방흡입은 부위와 범위에 따라 전신마취 또는 수면마취를 활용한다. 전신마취는 의식을 완전히 잃게 해 긴 시간 안정적으로 수술을 진행할 수 있지만 회복이 느린 반면, 수면마취는 비교적 회복이 빠르고 부담이 적어 간단한 시술에 주로 쓰인다. 그러나 두 마취 방식 모두 드물게 호흡이 느려지거나 일시 정지되며 산소포화도가 떨어지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연구팀은 환자의 키, 몸무게, 근육량, 체지방량, 3D 스캐너로 측정한 부위별 부피, 줄자 측정값 등 100여 개의 변수를 분석했다. 이 결과 AI 모델은 호흡저하 가능성을 85.6%의 일치율로 예측해 실제 의료 현장에서 활용 가능한 수준임을 입증했다. 특히 위험 환자를 놓치지 않는 민감도가 약 80%로, 마취 중 발생할 수 있는 사고 예방에 실질적 도움이 될 것으로 평가됐다.
서재원 대구365mc병원 대표병원장은 "85.6%라는 수치는 의료진이 고위험 환자를 신속·정확하게 선별해 맞춤형 마취 전략을 세우는 데 충분히 유용하다"며 "AI만으로도 의미 있는 예측이 가능했지만, 마취과 전문의의 임상 경험과 결합하면 더욱 정밀한 안전 대책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복부 비만·고령은 위험↑…허벅지 너무 얇아도 주의
분석 결과 복부 부피가 크고 BMI·연령이 높을수록 호흡저하 위험이 증가했다.
서 병원장은 "복부 비만은 폐 용적을 줄이고 기도 폐쇄를 유발하기 쉽다"며 "BMI와 나이가 높아지면 호흡근 약화와 진정제 민감도가 더해져 위험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허벅지 둘레가 작은 경우에도 위험도가 올라가는 경향이 확인됐다.
그는 "하체 근육량 부족이 호흡에 필요한 힘 감소로 이어질 수 있어, 앞으로 이 변수의 의미를 더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이번 AI 모델을 통해 고위험 환자를 사전에 선별하고, 환자 특성에 맞춘 마취 방식 변경이나 전문 인력 배치 강화 등 맞춤형 안전 대책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다양한 환자군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우재희 이화여대 의대 마취통증의학교실 교수는 "이번 모델 개발로 지방흡입 시술 전반의 안전성을 한층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며 "호흡저하 위험 환자를 미리 찾아내 예방 조치를 강화하면, 환자들이 더욱 안심할 수 있는 의료 환경이 마련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공동 연구에는 이화여대 경영대학 강윤철 교수, 의과대학 김진우·우재희 교수를 비롯해 서재원 병원장, 김하진 365mc대표원장협의회 회장, 이선호 글로벌365mc대전병원 대표병원장, 박윤찬 부산365mc병원 대표병원장이 참여했다.
해당 논문은 국제학술지 '네이처' 자매지인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 2025년 최신호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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