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1> 전염병이 달라지고 있다

허정 교수의 보건학 60년/ 서울대학교 명예교수(전 보건대학원장)

코로나인플루엔자가 동남아에서 다시 기승을 부린다고 한다. 강제적인 방역체계는 없어졌지만, 일반 국민 활동에 여러 가지 지장을 준다. 전염병이 발생하면 철저한 검역으로 들어오지 않게 하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전염병이 달라졌다. 18세기에서 20세기까지 기승을 부렸던 전염병과는 다른 전염병이 늘어나고 있다.

미국 워싱턴DC에 월터리드 육군병원이 있다. 미국은 19세기 후반 스페인과의 전쟁으로 쿠바와 필리핀에서 싸웠다. 그때 원인을 알 수 없는 전염병이 돌아 많은 군인이 희생됐다. 당시 육군의무감이었던 월터 리드(Walter Reed)가 역학조사를 해본 결과 당시의 현미경으로는 정체를 밝힐 수 없는 바이러스에 의해 전파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바로 뎅기열이다.

서세동점과 함께 유럽 제국주의 열강들은 인도와 인도차이나 그리고 중국을 침략하기 시작했다. 당시 가장 무서웠던 전염병은 콜레라였고, 많은 사람이 죽었다. 그러나 이 소화기전염병은 음식을 익혀 먹고 물을 끓여 먹으면 예방할 수 있다는 사실이 점차 밝혀졌다.

박경리 원작 '토지'에서 하동 최참판댁이 망한 것이 바로 콜레라 때문이었다. 신학문을 접한 조준구는 끓인 물을 먹고 살아남아 서희의 재산을 가로챘다.

우리나라나 일본도 콜레라의 침입을 받았지만, 이제는 이런 전염병이 대규모로 발생할 소질은 거의 없어졌다. 요새는 포도상구균에 의한 식중독 대신 노로바이러스에 의한 집단식중독이 종종 발생한다.

소화기전염병이 줄어드는 대신 관리가 어려운 호흡기전염병은 늘어나고 있다. 20세기 초 무서운 위력을 발휘했던 스페인독감은 코로나인플루엔자의 앞잡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호흡기전염병을 과학적으로 잘 관리하려면 많은 전문가와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는 체계가 갖춰져야 한다. 곁들여 반려동물로 인해 이상한 전염병도 생길 수 있다. 최근 가금류에서 유행하는 AI(조류독감)로 닭 사육장이 문을 닫고 닭값이 오른다고 한다.

현재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의학지식으로 볼 때, AI는 사람에게 전파되지 않는다. 그러나 전염병은 돌연변이와 진화가 계속되기 때문에 안심할 수는 없다. 외국에서는 조류 AI가 이종감염을 일으켜 사람에게 전염되면서 사망하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사람과 동물간의 간격이 얼마나 오래갈지는 의심스럽다. 천연두는 소에게 전염돼도 우두(牛痘)를 사람에게 접종하면 사람의 인두(人痘)를 막는다. 앞으로는 이런 인수공통전염병이 꽤 많이 늘어나리라 생각한다. 우리나라 방역전문가들은 이런 미래에 대비해야 한다.

 


보건신문의 전체기사 보기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카카오톡
  • 네이버
  • 페이스북
  • 트위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