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 전자처방전 시스템의 강제 도입을 담은 의료법 개정안이 발의된 가운데, 내과의사회가 "의료 본질을 훼손하는 위험한 시도"라며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대한내과의사회는 이번 개정안이 처방권 침해와 진료의 질 저하, 정보 보안 리스크는 물론 의료기관과 약국 간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며 즉각적인 철회를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 서영석 의원은 지난 7월 25일, 의료기관-약국-환자 간 처방 정보를 중앙 서버에서 실시간 연동하는 '공적 전자처방전 시스템' 도입을 골자로 한 「의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에 대해 내과의사회는 "의료현장의 현실을 외면한 채 일방적으로 추진되는 입법"이라며 전면 반대를 공식화했다.
내과의사회는 가장 우려되는 부분으로 환자의 민감한 의료정보가 정부의 중앙 서버에 집중 저장되는 구조를 지적했다.
의사회는 "최근 SK텔레콤 해킹 사태에서도 보듯, 거대 기업조차 보안 위협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에서 국민의 진료기록이 유출될 경우, 그 피해는 돌이킬 수 없다"며 "정부가 책임을 지겠다고 하지만 실제 사고 발생 시 책임소재는 불투명하다"고 비판했다.
또한 처방전 발행 과정이 중앙 서버 의존 구조로 바뀌면, 네트워크 오류나 지연으로 인해 진료 지연은 물론, 행정부담 증가로 진료의 질이 저하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를 표했다.
특히 대체조제 오남용과 책임전가 문제도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현재도 약국에서 대체조제 후 의사에게 알리지 않는 사례가 빈번한데, 향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시스템과 공적 처방시스템이 연동되면 무단 대체가 더욱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내과의사회는 "저가약 대체 시 약사에게 약가 차액 30%를 인센티브로 주는 제도가 약효보다 경제적 유인을 조장하고 있다"며 "그 결과 환자가 피해를 입더라도 책임은 의사에게 돌아가는 구조는 부당하다"고 밝혔다.
이와함께 현재 약사회가 운영하는 공적 처방전달 시스템이 비대면 진료 포털과 연결돼 있고, 환자의 과거 처방기록도 열람 가능하다는 점에서 "처방권 침해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성분명 처방, 리필 처방 등의 가능성까지 포함되면, 장기적으로 의사의 전문성과 권한이 약화되고, 약사와의 갈등도 격화될 것이라는 우려다.
현재도 이미 민간 전자처방 시스템이 자율적으로 잘 운영되고 있음에도, 이를 굳이 국가 주도로 강제화할 필요성과 효과에 대한 사회적 논의나 공감대는 전무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내과의사회는 "이번 개정안은 의약분업의 근간을 흔드는 동시에 의료 자율성과 다양성을 훼손하는 매우 위험한 시도"라며 "국회와 정부는 졸속 입법을 즉각 중단하고, 의료계와의 충분한 협의를 통해 국민 건강을 위한 바른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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