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부 공인의 "ADHD 치료제가 마약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는 발언과 관련해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회장 김동욱)는 깊은 우려를 표명하고 나섰다.
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에 따르면 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는 단순한 성격 문제가 아닌, 뇌 기능의 차이로 인한 신경발달질환으로, 학령기 아동은 물론 성인에게도 삶의 전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이에 따라 국내외 주요 정신의학 학회와 보건당국은 약물치료와 인지행동치료 등을 조합한 과학적 치료 접근을 권고하고 있다.
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는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ADHD 치료제가 일종의 '게이트웨이 드럭'이라는 오해를 조장하는 발언이 이어지고 있다"며 "이는 전문적 근거가 부족한 주장일 뿐 아니라, ADHD를 앓고 있는 이들에게 치료 기회를 빼앗는 심각한 사회적 낙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ADHD 약물, 오히려 향후 중독 위험 낮춘다는 연구 다수"
의사회는 그간 국내외에서 발표된 수많은 연구 결과에 기반해 "ADHD 치료제가 향후 마약, 알코올, 담배 등의 물질남용으로 이어진다는 과학적 증거는 매우 부족하며, 오히려 적절한 치료를 받은 이들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위험도가 낮다는 연구가 지속적으로 보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으로 미국 UCLA 연구진은 2500명 이상의 ADHD 아동을 10년 이상 추적한 결과, 약물 치료 여부가 성인기 물질 사용률에 유의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또한 스웨덴 국가 코호트 연구에서는 치료제를 복용한 ADHD 환자가 향후 중독성 물질에 노출될 가능성이 복용하지 않은 환자보다 최대 31% 낮았다고 보고했다.
이러한 결과는 치료제를 '마약 입문'으로 매도하는 단순화된 인식이 얼마나 사실과 동떨어진 것인지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강조했다.
'게이트웨이 드럭'이라는 단어, ADHD 치료제에 적용 불가
이와함께 '게이트웨이 드럭'이라는 용어 자체가 많은 과학자들 사이에서도 논란의 여지가 있는 개념이며, ADHD 치료제에 이를 무리하게 적용하는 것은 과도한 일반화라고 판단했다.
치료받지 않은 ADHD는 충동성, 판단력 저하, 위험회피 능력 부족 등으로 인해 실제로 물질 남용에 취약해질 수 있으며, 이는 약물이 아닌 질환 자체의 위험성과 관련이 깊다. 즉, 약물이 위험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치료의 부재가 문제를 키운다는 지적이다.
의사회는 "최근 공인의 무분별한 발언은 ADHD 환자와 보호자에게 불안과 혼란을 야기하고 있으며, 치료 중단이나 회피로 이어지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며 "본회는 이러한 무책임한 발언이 환자의 생애 첫 치료 기회를 막고, 결국 사회 전체의 정신건강 수준을 저해할 수 있다"고 엄중 경고했다.
이어 "정신질환에 대한 왜곡된 시선과 낙인을 거두고, 과학에 기반한 치료 접근과 정책이 가능하도록 사회 전반의 인식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횄다.
이에 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는 △공인 및 대중 매체는 ADHD 및 치료제에 대한 발언 시 전문가 의견에 귀 기울일 것 정부와 교육 당국은 ADHD 치료에 대한 대국민 인식 개선 캠페인을 강화할 것 국민들은 온라인 정보보다 전문가 진단과 상담을 통해 정확한 정보를 접할 것 등을 강력 촉구했다.
의사회는 "ADHD 치료제는 '마약'이 아니다. 과학적 진실은, 치료가 위험을 줄인다는 데 있다"며 "앞으로도 환자들이 왜곡 없이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 조성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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