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와 새로운 간호법 시행을 앞두고 보건의료 현장의 핵심 인력인 간호조무사의 법적 역할과 위상을 재정립하기 위한 종합적인 정책과제가 제시돼 주목된다.
의원급 간호인력의 86%를 차지하면서도 각종 정부 사업에서 배제되고, 병원 내에서는 법적 보호 없이 과도한 업무와 차별적 보상에 시달리는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10대 과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번 과제는 이러한 현실을 개선하고, 간호조무사를 지역사회 돌봄과 일차의료의 주요 인력으로 명확히 자리매김시키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일차의료·지역사회 주역으로…법적 역할 명확화
이번에 제시된 과제는 먼저, 간호조무사가 변화하는 보건의료 환경의 주역으로 바로 설 수 있도록 법적 기반을 다지는 데 초점을 맞췄다.
핵심은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지역사회 통합돌봄, 재택의료 등 새로운 정책 모델에 간호조무사를 공식적인 서비스 제공인력으로 포함하는 것이다. 현재 이들 사업에서 간호조무사가 배제돼 인력 부족과 비효율을 낳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나아가 아동·노인 학대 등 주요 범죄의 '신고의무자'에 의료기관에 근무하는 간호조무사를 포함시켜 사회적 책무를 강화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학력과 자격이 일치하지 않는 불합리한 시험 응시자격 기준을 현실에 맞게 개선하는 과제도 포함됐다.
병원·의원 내 차별 철폐…"일한 만큼 보상해야"
의료 현장에서 가장 시급한 문제로 지적되는 처우 및 근로환경 개선 과제도 비중 있게 다뤄졌다.
특히 병원급 의료기관의 고질적인 문제 해결에 집중했다. 현재 요양병원을 제외하고는 간호조무사 법적 정원 기준이 없어 고용이 불안정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병원급 간호조무사 정원 기준'을 법제화할 것을 제안했다.
또한 간호사와 동일한 야간·교대근무를 하면서도 야간간호료 등 수가 보상에서 제외되는 차별을 없애고,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의 높은 비정규직 비율을 해소하기 위해 공공병원부터 정규직 채용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담았다.
의원급의 열악한 노동환경 개선도 시급한 과제다. 근로계약서 미작성, 최저임금 미만 지급 등 근로기준법 사각지대에 놓인 5인 미만 의원에 법의 핵심 조항을 적용하고, 정부의 '대체인력 지원사업'을 통해 최소한의 노동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의료취약지의 인력난 해소를 위해 해당 지역 간호인력(간호사·간호조무사)에게 월 5만 원의 '처우개선비'를 지원하는 예산 요구안도 구체적으로 제시됐다.
"뿌리 깊은 차별 해소 시급"
오랜 기간 해결되지 않았던 간호조무직 공무원의 차별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 간호조무직 공무원의 82%가 최하위 직급인 9급에 머물러 사실상 승진이 막혀있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상위 직급 정원을 확대해 공정한 승진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는 요구가 제기됐다.
더불어 보건직 공무원 신규 채용 시 간호조무사 자격증에 대한 가산점을 부여해, 그들의 전문성을 제대로 인정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간무협은 "이번 10대 과제는 간호조무사가 안전한 환경에서 전문성을 발휘하며 국민 건강에 기여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자는 것"이라며 "국회와 정부가 구체적인 입법과 예산 반영으로 응답해야 할 차례"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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