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화면 글씨가 겹쳐 보이거나, 밤에 운전할 때 전조등이 번져 보인다면 단순한 눈 피로가 아니라 백내장이나 노안의 초기 증상일 수 있다. 특히 스마트폰과 각종 디지털 화면 노출이 많은 현대인의 생활패턴 속에서 백내장은 더 이상 노년층만의 질환이 아니다. 실제로 사무직, 운전, 야간활동 등 직업적 특성에 따라 시력 불편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는 중장년층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백내장 수술은 혼탁해진 수정체를 제거하고 그 자리에 인공수정체를 삽입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때 어떤 렌즈를 선택하느냐가 수술의 만족도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다. 과거엔 시력 회복만 고려했다면, 이제는 환자의 직업, 생활 습관, 빛에 대한 민감도까지 반영한 '맞춤형 렌즈 선택'이 중요해졌다.
인공수정체는 크게 단초점과 다초점으로 나뉜다. 단초점 렌즈는 주로 원거리 초점에 맞추는 방식으로, 수술 후 근거리 작업 시 돋보기를 착용해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시야가 안정적이고 빛 번짐이 적어 야간 운전이 잦은 환자, 나이 많은 고령층, 또는 대비감도가 중요한 녹내장·망막질환 동반 환자에게 적합하다.
반면 다초점 렌즈는 근거리와 원거리를 모두 보이게 해 안경 착용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특히 책상에서 장시간 일하는 사무직,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사용이 많은 사람, 세밀한 손작업이 많은 직업군에게 유리하다. 다만 다초점 렌즈 중 일부는 빛을 분산시키는 회절 구조로 인해 야간 빛 번짐, 눈부심 등의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강남조은눈안과 김준헌 원장은 "이러한 한계를 개선한 렌즈로 최근 주목받는 것이 굴절형 연속초점(EDOF) 렌즈다. 근거리, 중간거리, 원거리를 부드럽게 이어주는 설계를 통해 자연스럽고 안정된 시야를 제공한다. 기존 회절형 렌즈 대비 빛 번짐이 적고 대비감도가 우수해, 야간근무자나 운전이 잦은 직군에서 만족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에는 다양한 거리에서 초점을 유지하기 위한 5중 초점 인공수정체도 활용되고 있다. 편안한 중간거리 시력을 유지하면서 근거리와 원거리의 초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생활 환경과 직업군에 광범위하게 적용할 수 있다"고 전했다.
김 원장은 또 "난시를 동반한 환자는 추가적인 고려가 필요하다. 백내장 환자의 약 70%가 난시를 함께 가지고 있는 만큼, 난시 교정 기능이 포함된 다초점 렌즈를 선택하면 백내장과 난시를 동시에 교정할 수 있다. 다만, 렌즈의 축이 정확히 맞아야 교정 효과가 유지되므로 수술 전 정밀한 각막검사와 수술 후 렌즈 위치 안정성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백내장 수술에서 인공수정체는 단순히 시력을 회복하는 도구가 아니라, 환자의 삶의 방식과 직업에 맞춰 선택해야 하는 결정 요소다. 장시간 근거리 작업이 많은 사람과 야간 활동이 잦은 환자는 각기 다른 렌즈가 필요하고, 이를 간과하면 수술 후 불편을 겪을 수 있다.
이처럼 백내장 수술은 비용이나 가격적인 부분만 보고 렌즈를 고르면 만족도가 떨어질 수 있어, 수술 전 충분한 상담과 정밀검사를 통해 자신의 눈 구조와 직업적 특성을 종합적으로 분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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