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신홍반루푸스 발병 핵심 유전변이 규명

한양대류마티스 배상철 교수팀과 경희대·국립보건원 연구, 조기 진단 및 맞춤 치료 기대

배상철 교수

한양대류마티스병원 류마티스내과 배상철 교수팀은 경희대 생물학과 김광우 교수팀과 국립보건연구원 유전체과와 공동 연구를 통해, MHC 면역유전자 영역을 정밀 분석할 수 있는 새로운 유전자 분석도구를 개발하고, 전신홍반루푸스(SLE) 발병에 관여하는 핵심 유전변이를 규명했다.

이 같은 내용은 최근 류마티스질환 분야의 국제 최상위 학술지 'Annals of the Rheumatic Diseases'(IF 20.6)에 게재됐다.

연구의 초첨은 면역유전자가 밀집된 MHC(주조직적합복합체) 영역에 맞춰졌다. MHC 영역은 6번 염색체에 위치하며, 면역 반응을 조절하는 핵심 유전자들이 집중되어 있다. 특히 HLA 유전자군(Human Leukocyte Antigen)과 C4 유전자(Complement Component 4)는 자가면역질환과 연관성이 높아 오래전부터 그 중요성이 제기돼 왔다.

그러나 MHC 영역은 유전 구조가 복잡하고 사람마다 유전적 변이가 다양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기존 기술로는 고해상도의 대규모 정밀 분석을 효과적으로 수행하는데 한계가 있어, 루푸스를 비롯한 자가면역질환의 유전적 원인을 정밀하게 규명하는 것이 어려웠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연구팀은 MHC 영역 내 유전변이를 고해상도로 분석할 수 있는 면역유전자 분석 도구(MHC 참조 패널; MHC imputation reference panel)를 새롭게 개발했다. 특히 HLA 유전자와 C4 유전자의 유전 변이 정보를 동시에 정밀 예측할 수 있는 분석 시스템을 세계 최초로 구현함으로써, 루푸스의 유전적 발병 요인을 보다 세밀하게 규명할 수 있었다.

연구팀은 이 유전자 분석 도구를 활용해 루푸스 환자와 건강한 대조군을 포함한 약 7만 명 규모의 한국인 유전체 데이터를 정밀 분석했다. 그 결과, HLA 유전자 내 특정 아미노산 변화와 C4 유전자의 개수 차이가 각각 독립적으로 루푸스 발병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새롭게 도출했다.

세부 분석에 따르면, HLA 유전자 내 특정 아미노산의 변형은 항원과의 결합 방식을 변화시켜 자가항원을 외부 침입자로 잘못 인식하게 만드는 구조적 변화를 일으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C4 유전자의 수가 적거나 비정상적으로 긴 비번역 서열이 삽입된 경우, 보체 단백질의 생성이 감소해 면역시스템의 균형이 무너질 가능성이 커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러한 결과는 루푸스 환자에서 나타나는 면역시스템의 이상 반응이 유전적 요인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배상철 의학석좌교수는 "이번 연구로 루푸스 발병 위험과 연관된 유전변이를 규명하고 루푸스의 유전적 기초를 보다 정확하게 이해하게 됐다"며 "C4 유전자 결핍이나 특정 HLA 유전형 등 개인의 유전적 특성을 확인함으로써 환자별 질병 위험도를 보다 정확히 평가하고, 조기 진단 및 환자 맞춤형 치료 전략 수립에 기여할 수 있는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연구팀이 구축한 면역유전자 분석 도구(MHC 참조 패널; MHC imputation reference panel)는 국립보건연구원의 CODA 시스템을 통해 공개되며, 국내외 연구자들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공공 유전체 인프라로 주목받고 있다. 자가면역질환뿐만 아니라 감염병, 만성 염증성 질환 등 다양한 질환 연구에 폭넓게 활용될 수 있어, 향후 면역 유전학 분야의 국제 경쟁력 강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기존의 고비용·저효율 문제로 분석이 제한적이었던 MHC 영역의 대규모 정밀 분석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질환 예측, 바이오마커 발굴 등 정밀의학 기반 연구의 가속화에도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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